트럼프에 줄 대는 실리콘밸리… 월가 수사 검찰 책임자는 조기 임명

우버 2인자 출신 에밀 마이클 교통장관 임명 요청
일론 머스크, JD 밴스 부통령 당선자가 연결고리
월가는 찬바람... 트럼프 '월가 황제' 인선 배제 발표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16년 12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피터 틸(가운데) 페이팔 공동창업자, 팀 쿡(오른쪽)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재등장으로 미국 경제를 대표하는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술기업은 트럼프 당선자 측에 줄을 대고, 인사 민원을 쏟아내고 있다. 기술기업 임원 다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수장을 맡은 정부효율부(DOGE) 참여를 희망하는 분위기다.

반면 미국 기득권의 상징 월가는 소외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자는 재무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을 집권 2기 인선에서 배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월가 수사를 담당하는 검찰 책임자로 금융 범죄에 엄격했던 인사를 지명하며 경고 메시지도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 만찬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웨스트팜비치=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2기 내각 기술기업인 러시"

미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기술기업인과 투자자들이 금융과 석유 등 다른 산업 부문에 비해 트럼프 당선자의 더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가교는 일단 대선 승리 일등공신 머스크다. 기술기업 투자 거물 피터 틸이 운영한 벤처투자회사(VC) 미스릴에서 5년간 일해 실리콘밸리와 인연이 깊은 JD 밴스 부통령 당선자도 연결 고리다.

기술기업인들은 트럼프 2기 내각에 자기 쪽 인사들을 포진시키기 위해 영향력도 행사하고 있다. 머스크의 절친이자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업체 팔란티어 공동 창업자인 조 론스데일, 가상현실(VR) 시장을 개척한 AI 방산 스타트업 앤두릴 공동창업자 팔머 러키 등이 앞장섰다.

실리콘밸리에선 차량공유업체 우버 2인자 출신 에밀 마이클을 교통부 장관에 임명해 달라는 서한을 지난주 트럼프 측에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백지신탁 등을 꺼려하는 기술기업인들은 정부효율부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트럼프가 설치를 공약한 가상화폐자문위원회 참여를 위해서도 온갖 연줄을 동원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제이미 다이먼(가운데) JP모건체이스 회장이 2013년 12월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트럼프의 뒤끝... JP모건 회장 인선 배제 발표

달뜬 실리콘밸리와 달리 월가는 트럼프 당선자의 눈총을 제대로 받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일원으로 초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에 이은 세 번째 배제 인사다. 다이먼 회장은 한때 대선 후보로도 거론됐고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얘기도 나왔던 인사다. 이번 배제 발표가 '트럼프의 뒤끝'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트럼프는 동시에 월가를 관할하는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에 제이 클레이튼 전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을 지명했다. 검사 경험이 전무한 골프 친구다. SEC 위원장 시절 월가 금융 범죄에 공격적으로 대응했던 인물을 ‘월가 저승사자’로 불리는 검찰 조직 수장에 앉힌 것이다.

월가는 트럼프의 귀환으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도 달갑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경험 탓이다. 트럼프는 당시 SNS에 월가 관련 글을 심심치 않게 올렸고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그때마다 금융 시장이 출렁였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