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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의 또 다른 승자?... '트럼프에 올인' 헝가리, 유럽 내 입지 확대되나

입력
2024.11.11 16:00
수정
2024.11.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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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추종자'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관세 갈등 포함, 미국·EU 관계서 역할 '주목'

오르반 빅토르(왼쪽) 헝가리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 엑스(X) 캡처

오르반 빅토르(왼쪽) 헝가리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월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자택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 엑스(X) 캡처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체제를 유럽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동맹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그간 주요 정책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춰 온 유럽연합(EU)을 등한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미국 제조업 재건 등을 명분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대(對)유럽 관세 상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EU 모두가 '울상'인 것은 아니다. 선거 전부터 트럼프 당선자에게 '올인'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트럼프와의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유럽 내 입지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닮은꼴' 오르반, 줄곧 '격렬 지지'

강경 우파 성향인 오르반 총리는 트럼프의 '닮은꼴'이자 '열혈 추종자'로 묘사된다. 일단 자국 이익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게 트럼프의 판박이다. 올 하반기 헝가리가 EU 순회의장국을 맡으면서 오르반 총리가 내건 슬로건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Make Europe Great Again·MEGA)'가 대표적 사례다. 트럼프가 집권 1기부터 사용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MAGA)'를 본뜬 용어였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고, 억압적 이민 정책을 펴는 점 등도 비슷하다.

오르반 총리는 미국 대선(이달 5일) 전부터 트럼프를 대놓고 지지했다. 지난달 초 유럽의회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돌아오면 샴페인 몇 병을 터뜨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트럼프 재집권 대비 동맹 결속 방안'을 화두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직후, 곧장 트럼프의 플로리다 저택으로 향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유럽 정상 중 처음으로 축하 인사를 건네며 "세계에 절실히 필요한 승리"라고 강조했다.

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연합(EU) 비공식 정상회의의 기자회견에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참석해 있다. 부다페스트=로이터 연합뉴스

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연합(EU) 비공식 정상회의의 기자회견에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참석해 있다. 부다페스트=로이터 연합뉴스


외교적 입지 강화 전망... 경제적 실익 '글쎄'

트럼프에 대한 오르반 총리의 '초밀착'을 근거로, 향후 EU의 대미 관계에서 오르반 총리 역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EU 안팎에서 제기된다. 가령 관세 등을 두고 미국과 EU가 갈등을 빚을 경우 오르반 총리가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이안 브레머 회장은 "오르반은 트럼프에게 속삭일 수 있다는 점을 통해 EU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EU 내부가 경제적으로 촘촘히 얽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오르반 총리가 경제적 실익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로뉴스는 "트럼프가 독일 자동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독일 자동차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된) 헝가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짚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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