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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뜻밖의 선택

입력
2024.11.12 04:30
24면

흑 신진서 9단 vs 백 이지현 9단
패자조 5회전
[41]

5보

5보


9도

9도


10도

10도


바둑 인공지능(AI)이 등장한 이후 상수와 하수 간 초반전 격차가 크게 줄었다. 재미있는 점은 접바둑 역시 차이가 줄었다는 것. 접히는 하수 입장에서 부분적인 형태 몇 가지를 배운다면 기존의 치수보다 한 점 정도는 차이를 좁힐 수 있다. 접바둑에서 AI가 강조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바로 곤마를 만들지 않는 것과 봉쇄를 당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귀를 전부 차지하는 네 점 이상 접바둑의 경우 네 방면 중 두 곳 정도 중앙에 진출하는 형태를 만들면 대국을 풀어가기가 매우 수월해진다. 이렇게 되면 결국 상수 입장에선 중반 이후 최대한 상대가 접해보지 못한 모양을 만드는 게 목적이 된다. 하지만 접바둑의 기본 격차 때문에 상수의 의도는 대부분 명확하다. 그 핵심 의도만 눈치챈다면 상수의 횡포를 가볍게 물리칠 수 있다.

이지현 9단은 백1을 선수로 활용, 중앙 차단을 노릴 심산이다. 이때 신진서 9단의 선택은 흑2. 너무나 뜻밖의 선택이다 보니 해설 위원인 백홍석 9단도 깜짝 놀란다. 좌변 같은 확실한 실리를 포기할 땐 우변에 확실한 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 장면은 우변이 너무나 불확실하기 때문. 흑이 확실한 수법으로 판을 좁히려면 9도 흑1, 3의 수순이 있었다. 백4, 6의 끊음이 있지만 흑9가 선수로 두어지면서 흑이 중앙을 뚫고 나오는 것엔 문제없다. 실전 흑4, 6에 백7 역시 불안한 행마. 서로 해무 속에서 기회를 낚아채기 위해 나름의 응수타진을 던지는 중이다. 흑10의 침입에 백11, 13으로 버티며 결국 우하귀가 승부처. 이때 흑18이 너무나 아쉬운 교환이었다. 10도 흑3, 5로 바로 찔러갔다면 A와 B가 맞보기 되면서 백 대마가 위험했던 장면. 실전 백19, 21로 우상귀를 살아놓자 흑은 우하귀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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