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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북한 비핵화" 美 "한반도 비핵화"...외교·국방장관 회의, 양국 미묘한 온도차

입력
2024.11.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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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문재인 정부 때는 '북한 비핵화' 고집
공동성명에 '비핵화' 표현 생략 사태까지
윤석열 정부 들어선 '한반도 비핵화' 강조
핵무장 여론 및 대북강경 노선 경계한 듯

김용현(왼쪽부터) 국방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용현(왼쪽부터) 국방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장관이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공동 안보 목표로 명시했다. 다만 우리 측 장관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표현을 사용, 양국 간 '비핵화'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를 보였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를 갖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 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심화를 강력 규탄하고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주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지속적인 공약 의지도 담겼다.

다만 조 장관과 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면서도 비핵화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전날 양국 국방장관의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 '비핵화'라는 표현이 사라진 데 이어 2+2회의 공동성명과 모두발언에서 한미 양측의 표현 차이가 드러난 셈이다.

문재인 정부 때는 미국이 '북한 비핵화', 한국이 '한반도 비핵화' 고집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 국무부에서 열린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장관, 조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 국무부에서 열린 '제6차 한미 외교·국방(2+2) 장관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 장관, 조 장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국방부 제공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는 대상 범위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비핵화 대상으로 북한에 집중하지만, 후자는 전체 한반도를 포함한다. 이 표현을 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과의 첫 2+2 장관회의인 2021년에도 충돌했다.

당시 블링컨 장관은 "우리는 북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으며, 북한이 미국과 동맹에게 광범위한 위협을 줄이고 북한 주민을 포함한 한국인들의 삶을 향상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굳건한 안보 기반의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며 다소 절제된 표현을 사용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 같은 의견 차로 인해 공동성명에는 '한반도의 비핵화' 또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표현 자체가 담기지 않았다.

물론 이번 2+2 장관회의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에선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뒤바뀌었다. 비핵화 대상으로 북한을 강조했던 블링컨 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대화와 포괄적 대북접근법을 강조하던 한국 정부는 정권교체 후 '북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 변화에는 윤석열 정부 들어 제기되는 자체 핵무장론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2+2 장관회의 공동성명에도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상 의무에 대한 오랜 공약도 재확인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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