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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n번방' 주범, 1심서 檢 구형과 같은 징역 10년… "경종 울린 판결"

입력
2024.10.30 16:03
수정
2024.10.30 17:0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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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최고 지성 대학서 사냥하듯 범행"
또 다른 공범 8월 1심서 징역 5년 선고


서울대 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 정문.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 졸업생 등 여성 수십 명을 대상으로 불법 합성물을 만들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딥페이크'(서울대 n번방) 사건 주범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측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 박준석)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성폭력처벌법 위반(상습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39)씨에게 30일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공범으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모(31)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국내 최고 지성이 모인 대학에서 같이 수학한 동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은 선의로 대했는데 두 사람은 사냥감을 선택하듯 피해자를 선정했다"고 질타했다. "이들의 범행으로 인간관계가 파괴된 피해자들은 끝없는 불안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도 꾸짖었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와 강씨는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정신병적 증세로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강변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텔레그램 대화를 보면 수사에 대비한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고, 치료받은 기록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대신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이 이들 범죄의 동기라고 분석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회적으로 잘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 증오심과 함께 텔레그램이 보장하는 강력한 익명성 등 집단의 분위기에 취해 피해의식을 변태적으로 표출하고 사법 체계를 조롱했다"고 나무랐다.

특히 그간 피해자들을 향한 사죄의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박씨에 대해 재판부는 "완전히 거짓된 모습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피해자들에게 직접 영상물을 전송해 조롱했던 것을 보면, '피해자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원한다'는 발언이 진심인지 의심스럽고 반성도 너무 늦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연갈색 수형복 차림으로 법정에 선 박씨는 방청석을 향해 '죄송하다'고 중얼거리다가 자신에 대한 선고가 시작되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몸을 떨며 눈물을 보였다. 마찬가지로 구속 상태에서 피고인석에 앉은 강씨는 쓰고 온 마스크를 벗은 뒤 선고 내내 고개를 숙인 자세로 일관했다.

선고 직후 피해자 측 대리인인 조윤희 변호사는 "검사가 박씨에 대해 10년을 구형했는데 재판부가 그대로 선고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면서 "허위 영상물 편집에 대한 상습성이 인정되고,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을 선고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대 졸업생인 박씨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인 강씨는 2020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대 동문의 졸업 사진이나 지인의 SNS 사진을 음란물에 합성한 동영상을 만들고 텔레그램으로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확인된 총 피해자만 61명이다.

한편, 같은 법원 형사14단독 김유랑 부장판사는 8월 이 사건과 관련된 다른 피고인 박모(2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박씨와 공범인 서울대 졸업생 한모씨는 당초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재정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돼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져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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