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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무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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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프로그램인 ‘흑백요리사’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 사람의 시선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단순 ‘스킬’에 가까웠던 요리라는 장르를 ‘예술’에 가깝게 승화시켰다. 출연진의 열정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긴 덕분일 것이다. 요리사들의 실력과 제작진의 빼어난 연출로 인해 많은 이가 음식에서 예술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킬은 효율성을 따지며 특정한 규칙을 따라가기 마련이다. 반면 예술은 규칙을 뛰어넘고, 보는 이에게 다른 관점을 선사시킨다. 흔히 대가라고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기본적인 스킬을 마스터한 후, 스킬이 가진 규칙을 깨뜨리며 재탄생한다. 규칙이라는 얽매임을 초월해 예술로 승화시키는 모습을 보면, 장르와 관계없이 무한한 존경심이 타오른다.
신진서 9단이 우하귀에서 실리를 잔뜩 차지하며 버틴 상황. 흑은 일반적으로 백28 같은 곳에 붙여, 우하귀 교환을 간접적으로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변상일 9단의 판단은 흑1, 3. 얼핏 초급자나 둘 법한 직접적인 수법이다. 그러곤 재차 흑7, 9로 상대방 등을 밀어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엄청난 속수 교환. 하지만 이 장면에선 규칙을 깨뜨린 최고의 선택이었다. 신 9단 역시 이 진행은 예상 못 했는지, 고심을 거듭하다 백10에 젖힌다. 7도 백1에 뻗어두었다면 흑2로 우변을 차지해 계가 바둑 형태가 된다. 백9까지 백이 약간 우세하나 결국 우변 처리가 승부처다. 실전 백10의 젖힘에 흑도 흑11로 맞대응하며 형세가 크게 소용돌이친다. 흑13은 8도 흑1, 3의 버팀도 생각할 수 있는 장면. 전혀 다른 형태의 바둑이 된다. 실전엔 흑23까지 대형 바꿔치기가 성사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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