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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 북한군, 러시아 바그너그룹처럼 돌격병으로 쓰일 수도" [인터뷰]

입력
2024.10.25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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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문가 3인이 본 '북한군 파병'
"북한 파병→결국 한국에 위협" 한목소리

김정은(앞줄 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앞줄 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북한 평양에서 만나고 있다. 크렘린궁 제공, 평양=AP 연합뉴스

김정은(앞줄 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앞줄 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6월 북한 평양에서 만나고 있다. 크렘린궁 제공, 평양=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로 북한이 파병을 했는지 북러 양국은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북한군 전선 투입이 완료된다면 전쟁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제3국의 '공식 참전'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처음이기 때문이다.

북한군이 어떻게 활용되느냐는 북한과 '여전히 전쟁 중'인 한국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일보는 관련 사정을 가장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안보 전문가 3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싱크탱크인 '라줌코우 센터'에서 외교 관계 및 국제 안보 프로그램 공동이사를 맡고 있는 올렉시 멜닉, '우크라이나 승리를 위한 국제 센터'를 공동 설립한 한나 홉코, '일코 쿠체리우 민주적 이니셔티브 재단' 전무이사 페트로 부르코우스키가 참여했다.

북한의 파병 의도 및 전쟁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한 세부 의견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참전은 결국 실전 경험 축적을 통한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질 것이기에 한국으로서는 위험 요인이 크게 증가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북한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23일(현지시간) 화상·유선 방식으로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우크라이나 전문가들. 왼쪽부터 올렉시 멜닉 라줌코우 센터 외교 관계 및 국제 안보 프로그램 공동 이사, 한나 홉코 우크라이나 승리를 위한 국제 센터 공동 설립자, 페트로 부르코우스키 일코 쿠체리우 민주적 이니셔티브 재단 전무이사. 본인 제공

북한군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한국일보와 인터뷰한 우크라이나 전문가들. 왼쪽부터 올렉시 멜닉 라줌코우 센터 외교 관계 및 국제 안보 프로그램 공동 이사, 한나 홉코 우크라이나 승리를 위한 국제 센터 공동 설립자, 페트로 부르코우스키 일코 쿠체리우 민주적 이니셔티브 재단 전무이사. 본인 제공

-한국·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이 1만2,000명 규모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다'고 파악한다. 이를 사실로 가정한다면, 북한의 파병 의도는 무엇일까.

올렉시 멜닉(이하 멜닉)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북한은 엔지니어 등을 파견하며 러시아를 도왔다. 그러나 파병은 전혀 다른 문제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자신의 군대를 실전에서 훈련시키기를 원하고 있다."

한나 홉코(이하 홉코) "북한이 실전 경험을 통해 쌓는 군사 자산이 결국 누구를 겨냥하겠는가. 북한은 남북 갈등의 '새로운 페이지'를 준비하는 것 같다. 아울러 미국 대통령선거(11월 5일)를 앞둔 시기에 파병을 대대적으로 알림으로써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힘을 과시하고자 한 것 같다."

페트로 부르코우스키(이하 부르코우스키) "북한은 러시아를 통해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미국을 위협하려 하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이것을 북한의 승리이자 미국의 패배로 규정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다만 이런 전략적 이유만으로 참전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결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엄청난 돈 또는 미사일·위성 등 군사 기술을 약속받았을 공산이 매우 크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하는 것이 한국으로서는 위험 요인이 커지는 것이라면서도 한국에 대한 즉각적 도발로 이어지는 건 별개의 사안이라고 여겼다. 북한이 전장에서의 성과, 국제사회 분위기 등을 두루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에 북한군이 배치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북한군은 어디에서, 어떻게 활용될까.

홉코 "알다시피 쿠르스크 배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러시아 영토 침공은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미지와 정당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빨리 러시아 땅에서 몰아내는 데 주력할 것이다."

부르코우스키 "격전지인 쿠르스크 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투입될 가능성을 모두 배제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배치 장소'가 아니라 '어떻게 활용되느냐'다. 북한군은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그랬던 것처럼 격전지에서 돌격병으로 쓰일 수 있다." (바그너그룹 전사자 수를 러시아가 밝힌 적은 없으나 영국 BBC방송과 러시아 독립언론 미디어조나는 전쟁 이래 2023년 8월까지 발생한 바그너그룹 사망자만 2만 명 이상이라고 지난 6월 보도했다.)

멜닉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최전선에 배치된다면 우크라이나 군대가 직접 싸워야 하는 병력이 1만2,000명 더 생기는 것이어서 우리에겐 엄청난 타격이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와 한국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북한군 파병 규모(1만2,000명)가 향후 커질 수 있다고 봤다. 북한에 병력은 돈 또는 기술과 거래하기 위한 대상에 불과해 대가가 무엇이냐에 따라 얼마든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멜닉은 "사상자 규모가 너무 크면 (북한군) 추가 배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북한의 파병을 골자로 한 북러 협력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지원한 적이 없으나 향후 공격용 무기까지 지원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효과 및 파장은 무엇일까.

부르코우스키 "한국이 설령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보내도 한국은 북러로부터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러 밀착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더 강력한 지원을 하는 편이 한국에 이득이다."

멜닉 "한국은 북한 군대가 강력해지지 않도록 저지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북한군이 최전선에 도달하지 못하게끔 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군사적 역량을 지원해야 한다."

홉코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기술 지원을 확대함으로써 북러를 상대로 민주주의 국가들의 연대와 힘이 강력하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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