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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으로 '혈맹' 과시한 북러...美日 '올인'한 尹 외교 시험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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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러시아 파병 소식에 국제 안보 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물자 지원에 이은 1만2,000명(사단급)에 달하는 대규모 북한 병력이 러시아로 향하면서 북러는 비로소 '혈맹(血盟)'을 공식화했다는 평가다. 당연히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군의 개입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기존 국제 질서에도 균열은 가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 지원은 없다"는 인도주의적 방침, 북러 밀착의 원인이자 결과로 한미일 삼각공조에 '올인'했던 윤석열 정부 외교 셈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철저히 이해득실을 따져 본 뒤 내린 결론이라는 평가다.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스타일이 녹아 있는, 지극히 실리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북한은 당장 파탄난 경제에 숨통을 틔울 기회를 잡게 됐다. 그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주도의 대북제재로 북한은 2020년부터 최근 3년간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코로나 대유행기 국경을 걸어잠근 채 '자력갱생'을 호기롭게 선언했지만,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이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월급으로 2,000~2,300달러의 외국인 용병 월급(독일 국영방송 도이치벨레 보도)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수밖에 없다. 추정 파병 인력 1만2,000명으로 계산한다면, 한 달에만 2,760만 달러(377억 원)에 달하는 외화를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기'와 '현대전'을 준비할 좋은 기회기도 하다.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이렇다 할 현대전 경험이 없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무인기에 의한 제병협동작전이나 서방 무기에 대한 대응 방안을 습득할 수 있어 한미연합군 전략에 대한 파훼법을 얻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라는 든든한 혈맹이 '외교적 고립'의 탈출구가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숙원사업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핵잠수함 건조, 군사정찰위성 등 핵심 군사기술을 파병 대가로 받아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조약의 '군사개입 조항'과 더불어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도 활짝 열렸다.
반면 윤석열 정부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그간 대러 관계를 고려해 방독면과 의약품 등 비살상무기만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임 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에 지대공 미사일, 155㎜ 포탄, 105㎜ 포탄 등 살상무기를 지원해 전장에 파견된 북한군을 최대한 소모하는 것이 또 다른 전략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경운 서울안보포럼 연구기획실장은 "살상무기가 아니더라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방공 체계나 우회적인 자금 지원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신중론'도 적지 않다.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미국의 행보를 살피면서, 최근 힘을 잔뜩 실어둔 미국과 일본 등 동맹·우방국과 머리를 맞대고 '대응 수'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승수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우크라이나 살상무기 지원 결정의 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내건 '레드라인'을 러시아가 넘었는지 확인할 때까지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며 "외교관 추방, 민간인 입국 제한 등 외교적 조치로 러시아에 경고하는 수순은 고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러 관계에 좀 더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다. '전쟁 이후 국면'을 미리 준비하고, 특히 북러 군사 협력이 한반도로 옮겨붙지 않도록 '밀착 장기화'를 차단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구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는 "80년대 북러관계가 정점을 찍었지만, '북방외교' 노력과 1990년 정식 수교 이후 한러관계가 급속히 가까워졌던 때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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