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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초읽기와 피셔 룰

입력
2024.10.08 04:30
24면

흑 신진서 9단 vs 백 이창호 9단
본선 8강전
[25]

2보

2보


3도

3도


4도

4도


중국에서 남양배라는 세계대회가 신설됐다. 우승 상금 2억5,000만 원가량의 평범한 세계대회이지만, 이 대회는 피셔 룰 방식을 채택하면서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국내에선 이미 많은 대회가 이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초읽기로 일관된 세계대회 중엔 피셔 방식을 적용한 유일한 대회가 됐다. 피셔 룰은 착점을 할 때마다 지정된 초만큼 시간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당연한 장면에선 빠르게 두는 게 시간 배분에 유리하다. 모든 장면에서 1초를 남기고 둘 수 있는 초읽기 방식보다 관전자가 덜 지루한 것이 큰 장점. 초읽기 방식이 바둑을 예술로 대하는 범주에서 갖는 최소한의 시간적 제약이었다면, 피셔 방식은 바둑에서 스포츠가 갖는 박진감, 재미를 택하고 증폭시키는 룰이다. 실시간으로 경기를 본다면 상당한 박진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백1, 3은 두터운 빵따냄. 이창호 9단은 철저하게 세력을 쌓는 전략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백5 역시 고차원적 행마. 흑이 끊어오는 것은 백돌 한 점을 버리며 연결하겠다는 뜻이다. 3도 흑1로 젖힌다면 응수하지 않고 백2로 침입하는 것이 강력하다. 백10까지 백이 주도권을 갖는 모습. 신진서 9단은 실전 흑6으로 좌변 백 세력 견제에 나선다. 백11 역시 한 수 앞을 내다본 대응. 흑8에 백이 흑12 자리를 받아준다면 흑이 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다만 백17과 흑18의 교환이 다소 아쉬웠다. 4도 백1로 가만히 압박하는 편이 더 나았다. 백5의 공격이 추후 우변 침입에 응원군이 되기 때문. 상변 역시 백9로 재정비하면 흑이 침투 수단을 찾는 데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다. 실전엔 백23으로 갈라 나오는 수법을 택했지만 한 템포 느린 감이 없지 않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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