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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토론 혈투, 해리스가 이겼다… 방어에 급급했던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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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 토론 대결은 혈투였다. 경제, 전쟁, 임신중지(낙태)권, 이민 등 미국 안팎의 쟁점들이 망라된 전방위 공방이 벌어졌다. 끊임없는 해리스의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트럼프의 평정심이 흔들리며 승부가 해리스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TV로 생중계된 두 후보 간 토론은 10일(현지시간) 핵심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州)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미국 ABC방송 주관으로 진행됐다. 두 사람의 실질적인 첫 대면인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악수를 나눈 뒤 모두발언 없이 약 100분간 공방을 이어갔다.
주로 공세를 편 쪽은 해리스였다. 트럼프를 흥분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해리스가 “내가 만난 세계 정상들은 트럼프를 비웃고 있다”고 자극하면 트럼프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자신에게 ‘중국·북한·러시아가 트럼프를 두려워했다’고 말했다며 발끈하는 식의 구도가 반복됐다.
트럼프 발언 중에는 중도층 득표력을 약화할 말이 적지 않았다. 불법 이민 이슈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허위 주장을 되풀이하는가 하면 자신의 대선 패배 불복이 낳은 2021년 1월 6일 워싱턴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해 지지자들에게 “평화롭고 애국적으로” 시위하라고 했다며 책임을 외면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해리스를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했지만 미국 언론들의 팩트체크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지난 6월 27일 TV 토론에서 자신에게 참패한 뒤 재선 도전을 포기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를 묶어 실정 책임을 추궁하려는 시도는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해리스는 “당신은 바이든이 아니라 나를 상대하고 있다. 분명히 나는 바이든이 아니고 확실히 트럼프는 아니다”라며 “내가 제안하는 것은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이라고 반격했다.
이날 발언 시간은 트럼프가 길었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약 100분이었던 토론 시간에서 트럼프가 42분 52초, 해리스가 37분 36초를 썼다.
그러나 본보와 인터뷰한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전부 해리스 손을 들어 줬다. 존 마일스 콜먼 미국 버지니아대 정치센터 사이트 ‘서배토의 크리스털볼’ 부편집장은 “트럼프가 많이 발언했다는 것은 그의 횡설수설이 더 길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스테판 슈미트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명예교수도 “트럼프의 참모들은 그가 이민자들이 이웃의 개를 잡아먹는다는 산만하고 이상한 얘기를 할 정도로 궤도를 벗어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리스의 공격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마크 존스 미국 라이스대 교수는 “신경이 예민해진 트럼프에게는 해리스 답변의 약점을 지적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랜트 리허 미국 시러큐스대 교수는 “해리스는 곤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거기에 답하기보다 트럼프를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했는데 결과는 성공이었다”고 했다. 토머스 슈워츠 미국 밴더빌트대 교수는 “트럼프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방어하느라 해리스를 바이든과 엮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쳤다”고 했다.
실제로 이날 토론 직후 CNN이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토론을 본 유권자 중 63%가 해리스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가 토론을 더 잘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37%에 불과했다. 토론 직전 응답은 50% 동률이었다. TV 토론에서 해리스가 선전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두 사람의 지지율이 박빙인 상황에서 이번 TV 토론 결과가 판세를 완전히 좌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양측 지지층이 결집한 상태라 남은 두 달여 경합주 7곳 캠페인 역량 투입과 중도층 붙잡기에 대선 결과가 달렸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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