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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장상윤 보내 한동훈에 힘 실어... 의료 대란 '출구 전략' 급선회 배경은

입력
2024.09.07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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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으로 개혁 동력 상실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법학교수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및 학술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법학교수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및 학술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의료 대란' 사태 이후 마주 보고 달리는 것으로 비치던 대통령실과 여당이 서로 방향을 틀어 충돌을 피했다. 대통령실은 의료 개혁의 '속도 조절'을 수용했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정부 책임자 문책 요구를 접으며 중재자를 자임하고 나섰다. 한 대표는 대통령 인사권,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유예' 주장에 힘을 실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출구 전략'으로 당정이 절충점을 모색한 셈이다.

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의대 증원 등을 놓고 물밑에서 조율을 해왔다.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전날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만난 자리에서도 의료개혁 문제를 긴밀히 논의했다한 대표가 중재자로 나서는 데 당정 간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도 이날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면서 “대통령실에서 공감하는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당정은 추석 연휴 응급 의료상황에 대한 불안감에 떠밀리듯 손을 잡았다. 한 친윤계 의원은 "개혁의 동력은 국민들의 지지에서 나온다"며 "최근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면서 의료개혁의 힘이 떨어진 데다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할 필요가 컸다”고 말했다. 다른 친윤계 의원은 “의료개혁은 정책적으로 정당하지만 이제는 정치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의료 공백과 의사 반발에 대한 정부 대응에 긍정적인 응답은 21%에 그쳤다. 지난 3월 38%와 비교해 반타작이나 다름없다. 반면 부정적 평가는 같은 기간 15%포인트 늘어 64%로 치솟았다.

한 대표 측은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을 물어 정부 책임자 교체를 요구해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타깃으로 거론됐다. 의료계는 이에 더해 조규홍 복지부 장관 경질까지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박 차관의 거취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권에 관련된 사안이어서 자칫 한 대표가 치받는 모양새로 갈등이 고조될 우려가 컸다. 전날까지만 해도 친한동훈계는 박 차관이 책임지고 물러나라며 목소리를 키웠다.

그러나 장 수석이 한 대표를 찾아간 이후 기류가 180도 달라졌다. 한 대표는 이날 “중요한 임무를 맡은 공직자들이 국민께 걱정을 끼치거나 오해를 사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박 차관이 ‘의새’(의사 비하 발언) 등으로 의사들의 신뢰를 잃었지만 '경질'이 아닌 ‘주의’ 당부로 수위를 낮춘 것이다. 대통령실도 박 차관에 대해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한 대표와 대통령실이 한목소리를 낸다는 건, 의료개혁을 둘러싼 당정 간 '교통정리'가 끝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대표의 다음 스텝에 힘을 실어주듯 대통령실은 거듭 의료계에 손을 내밀었다. 장상윤 수석은 이날 YTN방송에 나와 "2,000명이라는 숫자에 구애됨 없이 합리적인 안을 가져오면 의대 증원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 대표가 2026년도 의대 정원 유예를 제안하자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불쾌감을 드러내며 거부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여권 관계자는 “의료 문제는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여야의정 모두가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며 “야당의 협조를 얻어 협의체 구성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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