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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착취 예방 콘텐츠' 만들고도 여가부 차관 "하나하나 볼 상황은 아니라"

입력
2024.09.04 17:15
수정
2024.09.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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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현안질의서 드러난 '딥페이크 대응' 난맥상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 28%는 삭제 못해
기관마다 '각자도생' 대응 "여가부 그립 쥐어야"

엄열(오른쪽 세 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현안질의에서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장관 직무대행). 뉴시스

엄열(오른쪽 세 번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현안질의에서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오른쪽 아래는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장관 직무대행). 뉴시스

“’디클’이라는 곳에서 (성착취 예방) 콘텐츠를 보급하고 있죠. 혹시 거기 올린 콘텐츠를 보셨습니까.”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

“제가 사이트는 들어가 봤는데, 하나하나 천천히 다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서…”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

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진행된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현안질의에서는 정부의 대응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났다. 딥페이크를 비롯해 청소년을 노린 성착취에 대응해 예방교육을 위한 영상을 제작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없고, 삭제 요청된 불법 촬영물 가운데 약 30%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 대처가 여가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 등으로 제각각 나뉘어 있어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성가족부는 ‘2021년부터 성착취 예방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고 보고했지만, 신영숙 여가부 차관은 “영상을 보셨느냐”는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하나하나 다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얼버무렸다.

그러자 이 의원은 “영상이 10분에서 50분이고,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10~20초가량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며 “진부하고, 아이들이 집중할 수 없는 정도의 콘텐츠”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피해가 심각하다, 제작하고 퍼 나르면 범죄가 된다는 정도의 교육을 확실히 해야 하는데 그런 영상이 없다”며 “예산을 들여 콘텐츠를 제작했다면, 체크를 하는 게 공직자의 일인데 그게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가부 산하 여성인권진흥원이 운영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접수된 ‘불법촬영물 삭제 요청’ 건수가 2020년 이후 93만8,651건에 달했지만, 이 중 26만9,917건(28.8%)을 삭제하지 못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적으로 강제할 권한이 없어서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인데, 제도개선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는 네이버나 구글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유통 방지를 점검하고 과징금을 물릴 수도 있는데, 그런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대응 컨트롤타워 문제도 제기됐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여가부 디성센터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이 각각 모니터링하는 ‘각자도생’ 대응”이라며 각 기관마다 별도로 딥페이크 대응에 나서는 문제를 지적했다. 서 의원은 “국무조정실에서 총괄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가부가 그립을 쥐고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남희 의원도 “여가부에 ‘디지털 성범죄 관련 삭제 지원’ 사업이 있지만 실질적 권한도 부족하고, 기관 간 업무 협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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