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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이미 대출 상담했거나 주택 거래한 차주는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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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인 50대 A씨는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고 집을 매수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대출을 알아보려 은행을 찾았는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대출 조건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한 달 전 상담했을 때와 비교해 금리는 1%포인트 가까이 올랐고, 대출 한도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A씨는 "현재는 대출 규제가 그나마 적은 보험사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알아보고 있는데 이것도 어려우면 상호금융‧저축은행 대출을 알아봐야 하나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A씨와 같은 대출 실수요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의 대출 규제 대책 발표 이전에 주택 계약을 체결했거나 대출 상담을 한 차주에게는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 강화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돈 빌리기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고조되는 데 따른 예외 인정인 셈이다.
이 원장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에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겠다고 하자 은행들은 잇따라 가계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한도를 줄이는 등의 대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모기지 보험 적용 제한을 시행 중이고, KB국민·신한·우리은행는 주담대 만기를 최장 50년(34세 이하)에서 30년으로 줄인 상태다. 또 우리은행는 9일부터 수도권 1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기로 했다.
이러자 7~8월 사이 주택을 구입하고 대출을 알아보던 차주들은 갑자기 바뀐 대출 정책에 예기치 못한 피해를 보게 됐다(본보 8월 28일자 1면). 1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까지 맞물리면서 예상보다 대출 한도가 줄어 계약금을 날릴 위기를 맞은 차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비판이 이어지자 이 원장은 "1주택자도 자녀 결혼 목적이나, 자녀가 다른 지역으로 가서 집을 얻어야 한다거나 다양한 수요가 있다"며 "너무 기계적으로 이에 대한 대출을 금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조만간 은행장들과 만나 실수요자 보호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원장은 보험, 상호금융 등 아직 대출 규제가 느슨한 제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원장은 "최근에는 대출 정보의 유통속도가 빨라 금융회사 간 대출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 우려도 크다"며 "은행권뿐 아니라 보험, 중소금융회사 등 전 금융권이 합심하여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보험 및 상호금융의 주택담보대출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신호에 따라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연이어 올렸다가 이제는 대출 한도를 갑작스럽게 줄이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러자 실수요자의 '막차 수요'를 자극하면서 8월에만 9조5,000억 원의 주담대가 실행됐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보통 월 주담대가 5조5,000억 원 이상 늘게 되면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지난달엔 그것보다도 훨씬 컸다"면서 "DSR 2단계 시행 만으로 이런 추세 막기 어려워 다소 비난을 받더라도 명확하게 입장 내비치는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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