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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능욕방 터졌지만 국방부는 모르쇠"… 결국 민간단체가 나섰다

입력
2024.09.03 12:53
수정
2024.09.03 1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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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30일까지 집중 신고 기간
폐쇄적·특정 쉬운 軍... 피해자 불안 커

현역 군인들이 참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여군을 '군수품'으로 지칭하며, 딥페이크 범죄에 사용할 피해자 사진을 요구하는 것을 '상납 양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엑스(X) 캡처

현역 군인들이 참가한 것으로 추정되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여군을 '군수품'으로 지칭하며, 딥페이크 범죄에 사용할 피해자 사진을 요구하는 것을 '상납 양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엑스(X) 캡처

군성폭력상담소가 약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여군을 대상으로 한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성범죄 피해 신고를 받는다. 여군 딥페이크방이 공론화 직후 사라지며 수사도 어려워지고,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대처가 미비하자 민간단체가 직접 나선 것이다.

3일 군인권센터 부설 군성폭력상담소는 이달 30일까지 '여군 능욕 딥페이크 피해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앞서 현역 군인을 인증하는 과정을 거친 이들이 '군수품 창고 대기방'이라는 이름의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여성 동료 군인들의 얼굴 사진을 딥페이크 방식으로 합성,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공유한 정황이 발견됐다. 그러나 해당 채팅방은 공론화 이후 폭파돼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군성폭력상담소는 사건에 대한 국방부의 안이한 대처가 피해자들 고통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낸 성명에서 "국방부에 가해자 색출 등 사건 대응을 촉구했으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현재까지 어떤 움직임도 없다"며 "직장 내 성범죄를 개인의 일탈 문제로 취급하고 심각성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단체는 국방부가 발본색원 의지를 갖고, 인트라넷 로그 기록을 살펴 여군 정복 사진을 열람한 가해자를 특정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여군 딥페이크가 공론화된 이후로 이미 센터에는 여러 건의 상담이 접수됐는데, 군 특유의 폐쇄적인 문화 때문에 피해 신고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고 한다. 김숙경 군성폭력상담소장은 "여군은 워낙 소수라 피해자는 특정되기 쉬운 반면, 딥페이크 범죄 특징상 가해자는 명확하지 않아 더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조사 도중 조직 내부에서 딥페이크 영상이 배포되거나, 사건 자체가 은폐될 수 있어 신뢰가 어렵다며 (피해자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센터는 이번 집중 신고기간을 통해 군내 딥페이크 범죄 규모를 파악하고, 피해자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피해자나 목격자 등 누구나 신고 가능하며, 센터는 전화 및 내방 상담을 지원한다. 이후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경찰 사이버수사대,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연계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한 삭제도 돕는다.

비판이 제기되자 국방부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 중"이라며 "피해 현황을 접수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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