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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분지 석유 부존 가능성 있지만, 덮개암 완전한지부터 확인 필요"

입력
2024.08.29 19:04
수정
2024.08.30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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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
동해 울릉분지 탐사 특별 세션... 전문가들 첫 공개토론
"가이아나 유전과 구조 비슷... 근원암 성숙됐을 가능성"
"심해 3000m도 뚫을 수 있으나... 비용 증가 대책 세워야"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의 한국석유공사 특별 세션에 기조발표자로 나선 정현용 석유공사 차장이 '광개토 프로젝트'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부산=신혜정 기자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4 세계지질과학총회'의 한국석유공사 특별 세션에 기조발표자로 나선 정현용 석유공사 차장이 '광개토 프로젝트'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부산=신혜정 기자

“울릉분지의 석유·가스 부존 가능성은 확인됐다. 문제는 시추탐사를 지속할 돈이다.”

29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동해 울릉분지 탐사 결과 심포지엄’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렇게 요약된다. 지질과학 분야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의 한국석유공사 특별 세션으로 마련된 이 심포지엄에는 대형 컨벤션홀 객석이 가득 찰 정도로 많은 관심이 쏠렸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깜짝 발표로 화제가 된 동해 석유·가스 탐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열린 전문가들의 공개 토론이었기 때문이다.

기조발표에 나선 정현용 석유공사 국내사업개발처 차장에 따르면 2022년 시작된 '광개토 프로젝트'는 영해 내 자원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부지 탐사를 위해 2031년까지 20여 곳을 시추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동해 심해는 물론 서·남해의 탄화수소 부존 가능성까지 탐사한다는 것이다. 정 차장은 “지난 2년간 동해 심해 3,781㎢에 달하는 지역의 3차원 탄성파 탐사 자료를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울릉분지에 최소 35억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탄성파 탐사는 바다에 음파를 쏘아 땅속 지질 특성에 따라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를 분석해 지질 구조를 밝혀내는 방식을 말한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이날 모인 전문가들은 지질학적으로 울릉분지의 탄화수소 부존 가능성은 확인됐다는 데 대체로 동의했다. 김기범 부산대 지질환경학과 교수는 “울릉분지는 가이아나 유전이 개발된 수리남-가이아나 분지와 비슷한 구조로, 약 2,300만 년 전 분지 북쪽 화산 폭발을 계기로 근원암이 성숙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덮개암의 완전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추가 연구 필요성을 제기했다. 탄화수소가 있으려면 석유를 만드는 근원암, 석유나 가스가 저장돼 있는 저류층, 이것들이 다른 곳으로 흐르지 못하게 막아주는 덮개암으로 이뤄진 ‘트랩’ 구조가 모두 갖춰져야 한다. 덮개암이 완전하지 않다면 석유나 가스가 충분히 저장되지 못하고 새어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석유·가스 부존은 그러나 아직 '가능성'일 뿐 실제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되는지, 꺼내 쓸 순 있는지 등은 뚫어봐야 안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12월 동해에서 ‘대왕고래’라고 이름 붙인 지점에 첫 시추공을 뚫어 탐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대왕고래 지점은 수심 1,100~1,200m의 심해다. 동해 가스전 수심(60m)보다 20배나 깊어 탐사 난도가 매우 높다. 그래도 기술 발달로 탐사 성공 가능성은 낮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이근상 한양대 자원공학과 교수는 “2000년 이후 발견된 탄화수소의 70%가 수심 250m 이상의 심해에 있었고, 최근에는 3,000m까지 시추할 수 있는 기술도 나왔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석유·가스가 있는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때까지 심해 시추를 수차례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울릉분지에 시추공 하나를 뚫는 데만 약 1,0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 예산안에 관련 사업 출자 명목으로 506억 원을 배정했다. 나머지는 석유공사가 자체 예산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는 2015년에도 울릉분지 내 수심 1,900m 지점(홍게-1)을 시추해 사암층에서 가스를 발견했지만,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아 개발을 중단했다. 이 교수는 “심해 시추 특성상 해류의 속도 같은 환경 불확실성이 커 비용이 느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원준 석유공사 E&P 본부장은 “심해 탐사는 한두 번 해본 뒤 실패하면 지원이 중단되는 일이 잦았다”며 “첫 시추공의 성패만으로 평가하지 말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포지엄을 찾은 한 청중은 "탄소중립 시대에 새 화석연료 개발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에 곽 본부장은 “탄소중립은 특정 에너지원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여러 에너지 간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상원 GS에너지 E&P팀 리더는 “심해 에너지 탐사와 더불어 가능한 구조를 찾아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면 탄소중립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추 탐사로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을 걱정하는 청중도 있었다. 도릭 스토우 영국 헤리엇-와트대 명예교수는 "심해 탐사는 활성단층에서 굉장히 먼 곳에서 이뤄지기에 지진 유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답변했다.

부산=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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