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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상승세 속 친팔레스타인은 소외감… 민주당 전대 앞두고 시카고 ‘술렁’

입력
2024.08.19 19: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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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 D-1 르포]
당원·시위대, 행사·집회 준비 각기 분주
“여성대통령 설레” vs “집단학살에 세금”
“우리 없이 이긴다고?”… 배신감 몸서리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 전날인 18일 행사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건물 정면이 민주당 정·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얼굴로 장식돼 있다. 시카고=권경성 특파원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 전날인 18일 행사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건물 정면이 민주당 정·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얼굴로 장식돼 있다. 시카고=권경성 특파원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DNC)를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州) 시카고 외곽에 있는 행사장 유나이티드센터 주변은 을씨년스러웠다. 대의원 등 손님들 숙소는 차로 20분가량 떨어진 도심에 마련됐고, ‘잔칫집’의 채워지지 않은 둘레는 친(親)팔레스타인 시위대 몫이었다. 대선 후보가 잘나갈수록 이들의 소외감은 깊어졌다.

“다시 흥분”… 들뜬 대의원들

이날 오후 유나이티드센터 내부는 나흘 일정으로 19일 개막하는 DNC 리허설로 분주했다. “우리 주 대의원들은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를 대선 후보로 지지합니다.” 민주당은 이미 1~5일 가상 호명투표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선출했다. 전당대회는 이를 추인하는 요식 절차다.

그럼에도 대의원들은 들떠 있었다. 지난달 21일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자리를 해리스 부통령이 잡음 없이 승계한 결과다. 인디애나주에서 온 리사 폭스는 “생각만 해도 설렌다. 때가 됐다. ‘마담 프레지던트’(여성 대통령) 호칭을 빨리 듣고 싶다”고 말했다. 텍사스에 사는 알렉산더 루이즈는 “민주당에 흥미를 잃었었고 바이든이 물러날 것으로 예상 못 했다. 내가 틀렸다는 게 정말 기쁘다”고 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 전날인 18일 행사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내부가 리허설로 분주하다. 시카고=권경성 특파원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 전날인 18일 행사장인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 내부가 리허설로 분주하다. 시카고=권경성 특파원

경찰은 센터뿐 아니라 부대 행사장인 매코믹플레이스도 철저히 막았다. 주변 도로를 폐쇄하고 철조망과 바리케이드를 쳤다. 출입하는 이들이 누구인지, 위험한 소지품은 없는지도 꼼꼼히 살폈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불과 한 달여 전의 일이다.

“제노사이드 조, 킬러 카멀라”

치안 강화는 올봄부터 예고된 반전(反戰) 시위 탓이기도 하다. 200여 개 단체가 모인 ‘DNC 행진’은 행사 첫날(19일)과 마지막 날(22일), 센터 인근 유니언공원에서 가자지구 전쟁 반대 집회를 연다. 대(對)이스라엘 지원 즉각 중단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전쟁을 촉발한 것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이었으나, 이스라엘의 보복에 가자 주민이 너무 많이 숨졌다. 4만 명 이상이라는 게 팔레스타인 측의 집계다.

시동은 걸렸다. DNC 행진 대변인 파야니 아보마 미자나는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돕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조’, 해리스 부통령을 ‘킬러 카멀라’라고 각각 불렀다. 상업지구인 미시간 애비뉴를 행진하며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기도 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 전날인 18일 행사가 열리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지구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개막 전날인 18일 행사가 열리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가자지구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시카고=AFP 연합뉴스

로욜라대 시카고 스트리치 의대 대학원생 로앤 압델라들은 “시카고에는 팔레스타인 공동체가 있고, 민주당만큼 친팔레스타인 시위대도 지지를 받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집단학살을 저지르는 나라에 세금 수십억 달러를 보내는 대선 후보를 나도 지지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가자 전쟁에 무관심한 청년층

민주당이 애쓰지 않은 것은 아니다. ‘통합’이 대회 핵심 주제인 만큼 무슬림계와 유대계를 모두 달래려 힘썼다. 그러나 반전 시위대가 대선 판도를 좌우할 유권자 집단일지는 미지수다. 시카고대 산하 여론조사기관 젠포워드에 따르면 청년층은 가자 전쟁에 큰 관심이 없었다. 이민과 경제 성장, 소득 불평등이 더 중요했다.

아쉬움도 줄었다. 지지율 면에서 ‘해리스 우세’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이날 공개된 워싱턴포스트·ABC방송·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9%를 기록, 트럼프 전 대통령(45%)을 앞섰다. CBS방송·유고브 조사 역시 51% 대 48%로 우위였다. 친팔레스타인 단체 ‘바이든 포기’의 대변인 후다이파 아마드는 뉴욕타임스에 “그들(민주당)은 우리가 없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래서 지금 우리를 무시한다”고 말했다. 전통적 지지 기반으로서의 배신감 토로다.

본격화하는 격전지 승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이 18일 펜실베이니아주 로체스터에서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로체스터=AF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이 18일 펜실베이니아주 로체스터에서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로체스터=AFP 연합뉴스

이번 전당대회에는 민주당 출신 역대 대통령이 연사로 총출동한다. 19일 바이든 대통령이, 20일과 21일에는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각각 나선다. 미국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19일), 2008년 이후 DNC 연설 개근 중인 미셸 오바마(20일)도 각각 무대에 오른다.

양당 후보 간 격전지 승부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핵심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한 뒤 이날 시카고에 왔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 순회 유세로 맞불을 놓는다. 해리스 부통령의 20일 위스콘신주 밀워키 유세 장소는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파이서브포럼이다.

시카고=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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