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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중 총 맞고도 무사한 트럼프… ‘정치 테러’에 출렁이는 미국 대선판

입력
2024.07.14 23: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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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윗부분 관통… 피 흘리며 주먹 쇼맨십
현장서 저격범 사살돼… ‘암살 미수’ 규정
‘예정대로’ 공화 전당대회 주목도 극대화
트럼프 “악에 맞서 저항할 것... 단결해야”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전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 귀에 총격을 당한 뒤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연단을 떠나며 성조기를 배경으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버틀러=A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전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 귀에 총격을 당한 뒤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연단을 떠나며 성조기를 배경으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버틀러=AP 연합뉴스

11월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총에 맞았다. 하지만 부상 부위가 귀 윗부분이라 치명상을 피했다. 미국 수사 당국은 암살 시도로 규정했다. 대선을 불과 석 달여 앞둔 시기의 ‘정치 테러’였다는 점에서 대선판이 출렁이고 있다. 당장 임박한 공화당 전당대회 흥행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트럼프에 “살아 줘서 감사”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州) 버틀러에서 유세를 하다가 총격을 당해 귀 윗부분을 다쳤다. 그는 잠시 몸을 숙여 연탁 뒤에 숨어 있다가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들 보호를 받으며 무대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얼굴에 피를 흘리며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는 쇼맨십도 발휘했다. 이후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오른쪽 귀 윗부분을 관통하는 총알에 맞았다”고 직접 밝혔다. 이어 “피를 많이 흘렸고 (그것을 보고 나서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고 부연했다. 그는 긴급 치료를 받고 이날 퇴원했다.

저격범은 SS 요원이 현장에서 사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사했지만, 유세 참석자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는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당국은 이 사건을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성명에서 펜실베이니아주에 사는 20세 백인 남성 토머스 매슈 크룩스가 용의자라고 밝혔다. 아직 범행 동기는 파악되지 않았다. FBI 발표 뒤 외신들은 크룩스가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 명부에 공화당원으로 등록돼 있다고 보도했다.

총격범의 무기 소지가 가능했던 것은 유세장 밖의 건물 옥상에서 무대 위를 겨눴기 때문이라고 버틀러카운티 검찰은 설명했다. 사법 당국은 총격범 시신에서 AR-15 공격용 소총을 회수하고 무기 구매 기록을 확인 중이다.

총격 성토에는 이념이 따로 없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그(트럼프)가 안전하고 잘 있다는 얘기에 감사하다”며 “이런 종류의 폭력은 미국에 발붙일 곳이 없다. 우리는 단결하고 규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주말을 보내던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백악관으로 조기 복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통화도 했다.

양당 의회 지도부와 세계 각국 정상들 역시 이구동성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안녕을 기원하고 정치 폭력을 비난했다.

리얼리티 프로 진행자 출신답게 연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때 귀에 총을 맞은 뒤 피를 흘리며 연탁 뒤에 엎드려 몸을 숨기고 있다. 버틀러=AFP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때 귀에 총을 맞은 뒤 피를 흘리며 연탁 뒤에 엎드려 몸을 숨기고 있다. 버틀러=AFP 연합뉴스

이 사건은 대선 레이스에서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정치 테러 피해자에게 여론이 우호적으로 흐르는 게 통상적 현상인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 입장에선 지지층 결집뿐 아니라 부동층 흡수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대에서 피 흘리는 얼굴로 지지층을 향해 주먹을 치켜든 것도 지난달 대선 후보 TV 토론 당시 고령 약점을 노출, 당내 사퇴 촉구로 곤경에 처한 바이든 대통령과는 달리 자신은 강인한 지도자임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연출한 행동일 공산이 크다. 유명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진행자 때 경험을 잘 살린 셈이다.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으로 심은 인상을 십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부통령 후보군이 총대를 메고 있다.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은 엑스(X)에 “트럼프가 ‘독재 파시스트’라는 바이든 캠프의 수사가 트럼프 암살 시도로 이어졌다”고 썼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은 엑스에 “하나님이 트럼프를 보호하고 있다”고 적었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행정부회장은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피 흘리며 주먹을 흔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이) 2024 선거를 규정하는 이미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5~18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의 주목도는 이날 사건 덕에 극대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는 이 자리에 예정대로 참석할 생각이다. 공교롭게도 최악의 정치 테러가 공화당 전당대회 최고 흥행을 위한 판을 깔아준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트루스소셜을 통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으신 분은 오직 하나님”이라며 “우리는 악에 맞서 저항할 것이고,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단결해 강하고 결연하게, 악이 승리하지 않도록 하는 게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조아름 기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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