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건강 챙기려 시작한 '고강도 달리기', 자칫 돌연사 위험

입력
2024.06.13 10:45
수정
2024.06.1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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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운동 유발성 고혈압 관련 논문 24개 분석 결과


40~60대 중장년이라면 마라톤 같은 고강도 달리기 등이 자칫 심장에 독이 될 수 있다. 뉴스1

40~60대 중장년이라면 마라톤 같은 고강도 달리기 등이 자칫 심장에 독이 될 수 있다. 뉴스1

마라톤 같은 고강도 달리기가 자칫 중년 심장에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김영주 성신여대 운동재활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이 관련 논문 24개를 분석한 결과다.

달리기는 심폐 지구력을 높여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이번 분석 결과로 40~60세 중·장년층의 과도한 달리기는 심장 돌연사를 일으키는 ‘운동 유발성 고혈압(Exercise-Induced Hypertension)’으로 이어지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유발성 고혈압은 혈압이 평소 정상이더라도 운동할 때면 크게 치솟는 것을 말한다. 수축기(최고) 혈압이 남성은 210㎜Hg, 여성은 190㎜Hg 이상이 기준이다.

연구팀이 선행 연구를 종합 분석했을 때 연령과 나이, 인종을 망라하면 운동 유발성 고혈압 유병률은 3~4%로 높지 않지만, 중년 남성으로 국한하면 40%로 대폭 증가했다.

이를 마라톤을 즐기는 중년으로 범위를 더 좁히면 56%가 운동 유발성 고혈압에 해당했다. 마라톤을 하는 중년 남성 상당수가 운동 유발성 고혈압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운동 유발성 고혈압은 심근경색의 주원인인 죽상(粥狀)동맥경화증을 가속화하고, 심방 확장·심근 비대 등을 일으켜 ‘돌연사 주범’으로 불리는 부정맥(不整脈)으로 악화될 수 있다.

한 논문에서는 같은 중년층에서 죽상동맥경화증 유병률이 일반인은 22.2%이었지만 마라톤과 같은 지속성 운동 선수의 경우 44.3%에 달했다.

운동 유발성 고혈압의 또 다른 위험으로 부정맥이 지목됐다. 걷기나 중간 강도의 달리기는 일반 인구의 심장 부정맥 유병률을 감소시키지만, 지구력 운동 선수는 심방세동(心房細動) 부정맥 발생 위험이 일반인보다 5배 높다는 연구도 있었다.

다른 연구에서는 10년 이상 1주일에 3시간 이상 마라톤과 같은 고강도의 지속성 운동을 하는 경우 심방세동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심방세동은 돌연사의 주원인이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40세가 넘어서면 마라톤을 즐기기에 앞서 자기 신체 능력부터 정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경민 교수는 “심장 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운동 부하 검사와 자신의 심장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토대로 체계적으로 시작하는 게 오래, 건강히 달리기를 즐길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성인은 하루 20 ~ 60분, 1주일에 3~5회, 최대 산소 소비량(VO2 Max) 40 ~ 80%의 적당한 강도를 추천한다”며 “마라톤을 한다면 적어도 1년에 한 번 운동 혈압을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심장 CT 검사로 관상동맥 석회화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최근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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