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자폐스펙트럼 장애 원인 처음 밝혀냈다

입력
2024.06.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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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고려대 공동 연구팀, 국제 학술지 게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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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자폐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ASD)를 일으키는 유전적 변이가 규명됐다.

유희정 분당서울대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안준용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교수 공동 연구팀이 게놈 일부인 ‘짧은 연속 반복 서열(STR)’ 변이가 뇌 형성과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발견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란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에 흥미를 보이거나 의사소통 등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는 복합적 신경 발달 장애다. 다양한 색깔의 빛이 연속적으로 분포하는 걸 가리키는 '스펙트럼'이란 말을 붙여 '스펙트럼 장애’라고 부르는 건 진단명이 같아도 사람마다 증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물론 스펙트럼이라는 말이 붙어도 ASD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핵심증상(triad)이 나타나는데, 만 3세 이전부터 나타나고 발달영역 전반에서 문제를 갖게 된다. 우선 ①눈 마주치기, 표정, 몸짓을 통해 남들과 관계를 맺지 못하고, 서로 감정을 주고받지 못해서 타인에게 냉담하거나 무관심하게 보이는 사회적 상호작용(social interaction)의 장애를 나타낸다. ②말을 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대화를 지속하지 못하며 남들의 몸짓이나 표정 또는 말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의사소통(communication) 장애가 있다. ③놀이나 관심이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융통성이 없고, 반복된 행동의 문제를 보인다.

그동안 북미와 유럽인 대상으로 자폐스텍트럼 장애 연구가 많았지만 한국인에 대한 연구는 전무했다. 문제는 해외 연구에서 밝혀진 자폐스펙트럼 장애 원인인 유전자는 한국인 특성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에 연구팀은 한국계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유전적인 원인을 밝히고자 한국인 자폐스펙트럼 장애 634가구의 게놈을 분석했다.

게놈은 유전자와 세포핵 속에 있는 염색체 합성어로 주로 직렬 반복을 포함한 반복적인 ‘디옥시리보핵산(DNA)’으로 구성된다. 이 중 STR은 유전자 변이 중 하나로 게놈의 6.8%를 차지한다.

분석 결과, STR 변이가 수정기부터 출생까지 유전자 발현과 염색체 조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변이는 전두엽 피질에 분포하는 유전자에서 발견됐으며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관련된 적응 능력과 사고 능력에 영향을 미쳤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인과 그 부모, 비자폐 형제까지 2,104명의 유전자 1만2,929개를 인공 지능(AI)과 기계 학습(머신러닝)을 활용해 분석해냈다.

안준용 교수는 “기존의 대규모 유전체 연구는 유럽인 중심으로 이뤄졌기에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로 한국 자폐스페트럼 장애에 관여하는 새로운 유형의 유전적 변이를 최초로 규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유희정 교수는 “앞으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유전 변이 양상을 포괄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정신의학 및 임상 신경과학(Psychiatry and Clinical Neuroscience, IF 11.9)’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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