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열잔 먹었지만 사고는 음주 탓 아냐"... 김호중의 약은 변명 노림수는?

김호중·소속사 대표에 구속영장 청구
음주 인정해도 '수치' 없어 입증 난항
'정상상태' 강조해 특가법 피하려 해

뺑소니 혐의와 음주 운전 의혹을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씨가 21일 오후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뉴스1

'팬심'만 바라보는 가수 김호중(33)씨의 '나 몰라라'식 활동 강행에 제동이 걸렸다. 경찰이 김씨와 소속사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소주 열 잔 정도 마셨다"고 진술했음에도, 사고는 음주 때문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가장 중한 혐의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죄 입증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김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및 도주치상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매니저에게 대리 출석을 지시한 생각엔터테인먼트 이광득 대표에 대해서는 범인도피교사 혐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파기한 본부장 A씨에 대해서는 증거인멸 등 혐의를 적용해 함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이날 오후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이 출석 다음 날 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김씨와 소속사 측의 뚜렷한 증거인멸 정황이 있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운전자를 바꿔치려 하거나 진술을 계속 변경한 것에 비춰, 이들이 또다시 증거인멸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증거인멸 우려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다.

경찰은 21일 김씨를 소환해 사건 당일 마신 술의 종류와 양에 관해 캐물었다. 김씨는 경찰에 "양주는 거의 입에 대지 않고 소주 열 잔 정도 마셨다"며 "사고 또한 휴대폰과 차량 블루투스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벌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취할 정도로 마시지 않았으며, 사고도 음주 때문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씨가 음주운전을 인정하면서도 사고 연관성을 부인한 것에는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이 적용한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무력화하려는 의도란 것이다. 경찰이 적용하려는 위험운전치상죄는 '음주 영향으로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황'에서 운전해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성립한다. 결국 술은 마셨으되 정상 운전이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해, 높은 법정형(징역 1~15년)을 규정한 이 죄를 피하려 한다는 것이다. 또 지금 음주를 인정하더라도 당시 측정된 수치가 없어, 경찰이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을 입증하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반면 경찰은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사고 당시의 음주 수치가 없지만 추후 보충 수사를 해서 영장 범죄 사실 외에 음주운전 혐의까지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당시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고 이로 인해 사고를 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은 김씨가 사고 전후 이용한 차량 3대의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하나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부장 A씨는 "사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삼켰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메모리 카드는 김씨의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건'이었던 만큼 경찰로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김씨 측은 다른 2대에서의 메모리 카드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강성 팬덤의 지지로 버텨왔지만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으로 김씨의 향후 공연 스케줄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관건은 23, 24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 & 프리마돈나' 공연이다. 법원이 김호중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일정을 24일 낮 12시로 잡으면서, 당일 공연 출연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심사가 신속하게 이뤄지고 영장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오후 8시에 시작되는 공연에 출연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김씨 측은 서울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소속사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23, 24일 공연을 끝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 자숙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위약금을 피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활동을 강행하려 한다는 비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