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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텅 빈 입원실, '적자' 허덕이는 병원들... 전공의 탓만 할 건 아니다

입력
2024.04.01 04:00
수정
2024.04.09 10: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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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입원병동 가동률 겨우 50% 넘겨
60% 넘는 입원수익 없어져 적자 극심
"전공의 의존 벗어나 질적 성장 꾀해야"

3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입원병동 병상이 텅 비어 있다. 이승엽 기자

3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입원병동 병상이 텅 비어 있다. 이승엽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한 달을 훌쩍 넘기면서 서울 '빅5' 병원 등 대형병원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병원 수익을 좌지우지하는 입원환자를 받지 못해 병상가동률이 절반을 겨우 넘기는 실정이다. 금액으로 치면 매일 10억 원을 허공에 날리고 있다. 사정은 안타깝지만 그간 전공의들의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기대 외형 확장에만 몰두해온 병원들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인실은 비어 있고, 5인실은 2명이"

31일 통합응급의료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빅5 병원의 일반 입원병상 가동률은 56.1%로 나타났다. 파업 전 통상 80%를 상회하던 가동률과 비교하면 30%포인트 가까이 급감한 것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전체 일반 입원병상 2,158개 중 1,099개(50.9%)만 활용해 가동률이 가장 낮았다. 이어 서울성모병원(52.1%), 서울대병원(56.9%), 삼성서울병원(57.7%), 서울아산병원(60.7%) 순이었다. 서울의 다른 대학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고려대안암병원(54.8%), 이대목동병원(48.7%), 경희대병원(59.7%) 등도 병상의 절반이 비어 있는 상태다.

실제 전날 찾은 병동은 한산하기만 했다. 하루 입원비가 가장 비싼 신촌세브란스병원 1인실은 10곳 중 4곳이 공실이었고, 5인실도 만실이 한 곳도 없었다. 수술을 마친 배우자를 돌보고 있는 A(54)씨는 "파업 전만 해도 5인실은 항상 꽉 차 있어 1인실이나 2인실에 우선 입원한 뒤 빈자리가 나기를 기다려야 했다"면서 "응급환자 위주로 수술을 하다 보니 일반 병동이 붐비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환자 보호자 B(61)씨는 "5인 공간을 두 명이 사용해 쾌적한 건 사실"이라며 "전공의 대신 당직 교수가 회진을 돌아 믿음도 더 간다"고 전했다.

서울 빅5 병원 일반 입원병상 가동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서울 빅5 병원 일반 입원병상 가동 현황. 그래픽=신동준 기자

입원 환자들은 딱히 불편을 못 느끼지만 병원 입장은 다르다. 병원이 돈 버는 구조는 크게 외래수익과 입원수익으로 나뉘는데, 입원수익 비중이 훨씬 크다. 주요 대학들의 공시 및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등을 봐도, 2022년 기준 빅5 연계 대학과 병원의 의료수익 중 입원수익 비율은 50%를 넘었다. 연세의료원의 경우 전체 의료수익(2조9,654억 원)의 57.9%를 입원수익(1조7,650억 원)이 차지했다. 울산의대는 그 비중이 62.9%에 달했다.

"전공의 저임금 기댄 외형 확장의 결과"

특히 일반 입원병상의 타격이 뼈아프다. 수술 후 중환자실을 거쳐 내려온 환자들이나 경증환자들이 주로 체류하는 이곳은 대형병원의 주요 수익원이다. 정부는 환자 부담 경감을 위해 2018년 이후 2인실 등 고급병실에도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왔다. 입원환자로 벌어들이는 돈이 급감하면서 전체 수익도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한 대형병원에 입점해 있는 식당 관계자는 "평일 매출도 줄었지만, 입원환자 보호자나 면회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주말 매출이 확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3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입원병동에 파견 공보의가 사용할 방이 배정돼 있다. 이승엽 기자

30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입원병동에 파견 공보의가 사용할 방이 배정돼 있다. 이승엽 기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병원들은 막대한 적자폭을 메울 뾰족한 수익 모델이 없어 병동 통폐합이나 직원 무급휴가 등 고육책으로 버티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500억 원 규모이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2배로 늘렸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재정적으로 한계에 이른 상황"이라고 단언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수익구조 개선은 외면한 채 몸집 늘리기에만 골몰해온 대형병원 성장 전략의 부작용이 드러났다는 시각도 있다. 단적으로 서울 대학병원 9곳은 쌓아둔 유보금을 기반으로 2028년까지 수도권에 병상 6,600개 규모의 대형 분원 11개를 신설할 예정이다. 반면 인력 강화 등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높이는 작업은 소홀히 한 탓에 전공의 사직으로 줄어든 임금비용을 수익 감소분이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빅5 등 대형병원들은 이익이 나면 전문의 추가 채용 등 내실을 다지지 않고, 분원 설립과 같은 외형만 늘리면서 '저비용 전공의'에 의존하는 경영 방식을 고집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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