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이 장관 추천" "한약 불법화"... 센 발언만 난무하는 의협회장 선거

입력
2024.03.20 18:00
수정
2024.03.20 20:52
구독

42대 회장 선거 20~22일... 5명 출마
5명 중 4명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반대
의협 이익·정치집단화 더 심해질 수도


제42대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의협 홈페이지

제42대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 의협 홈페이지

전국 13만 명 의사들의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이끌 제42대 의협 회장(임기 3년) 선거가 시작됐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의사들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상황이라, 의사 측 구심점이 될 의협 회장에 누가 당선되는지에 따라 향후 갈등의 방향을 점칠 수 있다.

후보 5명 중 4명이 “의대 증원 반대”를 공약에 내세우는 등, 이번 의협 회장 선거의 화두는 단연 ‘대정부 투쟁’이다. 과격한 주장을 앞세우려는 후보들 간의 선명성 경쟁도 치열하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0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0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5명 중 4명이 “증원반대”

20일 의협에 따르면, 의협 회장 선거는 이날부터 22일까지 전자투표를 통해 진행되고, 여기서 과반 득표를 한 후보가 없으면 25일과 26일 1·2위 후보가 결선투표(전자투표)를 치른다. 의협에 신고된 회원 13만7,928명(전국의 의사 수와 동일) 중 회비를 낸 5만681명이 선거인(유권자)으로 등록됐다.

의협 홈페이지에 등록된 출마의 변과 공약들을 보면, 회장 후보들은 의대 증원 결사 반대나 대정부 투쟁 강화 등 강성 발언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다섯 명 후보 중 ‘공공의료’를 내세운 기호 5번 정운용 후보를 뺀 나머지 네 명이 의대 증원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기호 1번 박명하 현 서울시의사회장(의협 비대위 조직위원장)은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말살 정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보건부와 복지부 분리 △보건부 장ㆍ차관에 의협 추천 인사 등용 등 공약을 내걸었다. 기호 2번 주수호 후보(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는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철회 및 복지부의 사과 △복지부 장ㆍ차관 및 대통령실 보건복지비서관 즉각 파면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기호 3번 임현택 후보(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역시 이들 못지 않은 강성 공약을 내세운다. 그는 △의료수가 현실화 △당연지정제(어떤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도록 하는 것) 폐지 △의사면허 취소법 개정(악질 범죄만 취소) △CCTV 설치법 개정 △진료보조(PA) 간호사의 의사 대행 금지 등 현 정부 정책에 반하는 공약을 집중적으로 홍보 중이다.

자유한국당 의원을 지낸 기호 4번 박인숙 후보(전 울산의대 학장)조차 “의대 증원을 저지하겠다”고 공약하는 중이다. 박 후보는 "안전성과 유효성 없는 한약 및 한방행위를 불법화하겠다"며 타 직역(한의사)에 대한 공격으로 비칠 수 있는 공약도 걸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19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지수사처 앞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고발하는 고발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19일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지수사처 앞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을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고발하는 고발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총파업 또는 의정갈등 확대 우려

이번 선거에서 강성 후보가 의협 회장에 당선되면, 의·정 간에 형성된 전선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의협 △의대 교수 △전공의 등이 조금씩 입장차를 보이면서 각개약진을 하는 중이지만, 법정단체인 의협 지도부가 대정부 투쟁을 이끌면 개원의까지 포함하는 더 복잡한 갈등 구조로 변화할 수 있어서다. 실제 임현택 후보는 “의협 회장 당선시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주수호 후보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투쟁 강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주 후보는 20일 경찰에 출석하면서는 "13만 의사의 의지를 모아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협은 의사라면 누구나 가입하는 의료계 유일의 법정단체이지만, 조직 구조상 일부 개원의들이 의제를 주도하고 있어 ‘이익단체’ 성격을 강하게 지니고 있다. 목소리 큰 개원의에게 휘둘려 의대 교수나 전공의들 목소리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서울 상급종합병원의 한 내과 교수는 “밖에서 볼 때는 다 같은 의사들로 보이지만, 사실 대학병원 의사들은 의협에 큰 관심도 없고 그들의 의견에 다 동의하지도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료계 일각에서 국민들과 공감대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의협이 조직을 쇄신해 ‘전문가 집단’을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지만, 이번 회장 선거에서까지 강성 발언이 주목받자 의협의 이익 집단화 경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실제 박명하 후보는 “의협의 정치세력화를 실현해야 한다”며 “의협의 대관·대언론 업무를 강화하고 회원의 정치활동을 지원할 것”이라고 공약에서 밝혔다,



이승엽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