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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직원도, 고2 아빠도 "의사 도전!"... 의대 야간반 열띤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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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말하더라고요. 의대 합격만 하면 무슨 수를 써서든 병원 차려준다고. 한번 도전하라고 응원해주더군요."
5일 오후 7시. 서울 서초구 메가스터디 의약학전문관 5층 강의실에서 자영업자 A(53)씨가 학원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이 설명회는 직장인 대상으로 신설된 '의대 야간특별반'을 소개하는 자리. 막 일을 마치고 퇴근한 직장인 20여 명 중에 유독 연배가 있어 보이던 A씨는 "지난해보다 국어·수학·탐구 등 각 과목에서 한 문제씩 더 틀려도 지방 메이저 의대 입학이 가능하다"는 관계자 설명에 누구보다 꼼꼼하게 메모를 이어나갔다.
A씨는 대학 졸업 후 여러 사업을 하며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려왔다. 하지만 한 달 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뉴스를 본 뒤, 마음 한쪽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늦은 나이지만 의사의 꿈을 꾸게 된 건 가족들의 응원 덕분이란다. A씨는 "아무래도 사업을 오래하다 보니 안정적 직업을 갖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아이가 올해 고2가 되는데, 같이 수학 공부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확대 방침을 밝힌 후, 마음 한쪽에 의사의 꿈을 품고 살던 직장인들이 별안간 '수험생' 모드로 살기 시작했다. 학원가도 이런 수요를 붙잡기 위해 직장인 대상 의대반을 만들거나 수능 강의 광고에 공을 들인다.
의사들은 "의대 증원으로 의사 처우가 더 열악해진다"며 앓는 소리를 내고 있지만, 의사가 되려는 사회적 열망은 의대 증원 소식에 오히려 더 크게 부풀고 있다. 올해 입시(2025학년도)에서 의대 정원이 기존 3,058명에서 5,000명대로 증가하자, 의사의 꿈을 접었던 20대 후반 이상 직장인들이 다시 의대 문을 두드릴 준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6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메가스터디는 직장인 대상 야간특별반 입시설명회를 열고 의대반을 개설했다. 종로학원은 정부의 정원 확대 방침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8일 긴급 입시설명회를 개최했고, 이투스 역시 직장인 대상 강의 홍보에 여념이 없다.
실제로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이후 30대 이상 직장인의 문의가 확 늘었다는 게 학원 측 설명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2월 초 정부 발표 이후 문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며 "금융회사에서 임원으로 재직 중인 50대도 '제2의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원래부터도 의대반을 찾는 직장인은 있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20대 중반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정도(20대 후반)가 의대에 도전할 수 있는 '연령 마지노선'으로 평가됐다. "1년 전만 해도 30대 직장인이 의대 진학을 문의하면 이렇게 답하곤 했어요. 어려우니까 포기하시라고요." 학원 관계자의 말이다.
본보 기자가 설명회 현장에 가보니, 내로라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재직 중인 직장인들이 대다수였다. 이미 높은 연봉에 고용도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지만 '의사'만큼의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이야기였다.
삼성전자에 재직 중인 B(34)씨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수능을 다시 보는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야간반에 등록할지,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공부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C(35)씨는 "정년이 보장되긴 하지만 처우 등을 따져 봤을 때 의사에 비하지 못한다"며 "당장 직장을 그만둘 생각은 없고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도전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사실 '늦깎이 의대 입시생'은 의대 쏠림 현상이 본격화된 2021년부터 이미 급증했다. 종로학원이 한국교육개발원 통계를 분석해보니, 2023학년도 25세 이상 의약계열 신입생은 796명으로 2020년 327명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의대 증원으로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등의 합격선이 연쇄적으로 하락하면서 의약계열 신입생 고령화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공기업에 재직 중인 D(29)씨는 "약대 진학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모의고사 등 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오면 의대로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 되기는 여전히 바늘구멍이다. 정부가 지역인재 선발 비율을 6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증가 정원 2,000명 중 직장인이 노리는 '수능 전형' 선발 인원은 약 700명 증원에 그칠 전망이다. 게다가 지역 의대에서 서울권 의대로, 공대에서 의대로 가려는 '갈아타기 수요'까지 늘어나 경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직장인들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을 내리기 어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질문의 대부분은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좋을지" 혹은 "일을 하면서 수능 공부를 시작해도 의대 진학이 가능한지" 등이었다.
수능을 본 지 10여 년이 훌쩍 지난 기자도 그만 이런 분위기에 혹해 상담을 해봤더니, 나름 긍정적인 답이 돌아왔다. 학원 관계자는 "개인 차가 있지만 일과 공부를 병행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올해 수능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해보고, '올인'하고 싶다면 내년에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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