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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대기에 응급실 뺑뺑이까지... 첫날보다 더 커진 '의료 공백'

입력
2024.02.21 17:03
수정
2024.02.21 17:35
10면

[전공의 집단행동 D+2]
응급실 수술 불가... 다른 병원으로
외래 진료도 2배 이상 대기는 기본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대기실에서 병원 측 안내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연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대기실에서 병원 측 안내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연 기자

"전공의가 그만둬 수술할 수가 없다네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이모(43)씨는 팔이 부러진 아내를 부축하며 울상을 지었다. 아무리 고통을 호소해도 치료나 수술은 불가하다는 답변을 막 들은 터였다. 이씨는 "근처 작은 병원이라도 가야겠다"며 급히 발길을 돌렸다.

전날 아버지가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쓰러진 권정현(46)씨의 사정도 비슷했다. 동네 종합병원이 난색을 보여 이 병원 응급실로 왔지만 몇 시간째 대기만 했다. 권씨는 "전날 종일 연락이 안 돼 119 구급차를 타고 아침에야 왔는데 입원이 언제 될지 모르겠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전공의들이 현장에서 떠난 지 이틀째. 이른바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 병원'의 의료 공백은 더 커져 있었다. 수술 불가 통보에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환자, 평소보다 몇 배는 더 기다리다 진료를 보는 환자들이 수없이 목격됐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3층 암병원 앞 대기실에서 환자들이 외래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연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3층 암병원 앞 대기실에서 환자들이 외래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연 기자

이날 오전부터 빅5 병원 대기실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3주에 한 번 항암 치료를 하러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를 찾은 신모(57)씨는 "예상은 했지만 두 배는 족히 더 대기한 것 같다"며 "상황이 나빠져 아예 진료를 못 보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신경외과를 방문한 반모(74)씨도 "보통 한두 달 간격으로 진료를 받는데, 오늘은 넉 달 뒤에나 오라고 하더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박모(42)씨 역시 아버지 항문외과 진료를 받기 위해 6시간을 꼬박 기다렸다. 그는 "최근 아버지가 혈뇨를 봐서 두 번이나 응급실에 왔는데 모두 (입원을) 거절당했다"며 답답해했다.

전날 오후 10시 기준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7,813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의 3분의 2로 대형병원이 제대로 굴러갈 수 없는 수치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한림대성심병원 교수)은 "상급병원은 전공의 비중이 높아 이들이 자리를 비우면 병원 전체의 진료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전문가 대부분이 이대로라면 2주 이상을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조만간 더 위험한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연 기자
이유진 기자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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