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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위 아 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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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TV 앞에서 눈물을 훔쳤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밤'을 보면서다. 인류문화재급 미국 가수들이 모여 세계문화유산급의 팝송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녹음한 1985년 1월 28일. 다큐는 그날 밤 일어난 기적에 대한 기록이다.
마이클 잭슨, 라이오넬 리치, 밥 딜런, 스티비 원더, 레이 찰스, 티나 터너, 브루스 스프링스틴, 케니 로저스, 신디 로퍼까지 당대의 우주대스타 40여 명을 한자리에 모은 것부터 기적이었다. 이들은 리허설도 없이 만나 밤을 새워 기적적으로 녹음을 마쳤다. 떠받들어지는 데 익숙한 그들이 비좁은 녹음실에서 서로의 체취를 참아가며 약 10시간을 견딘 것도 기적이었다.
앨범 판매 수익을 기근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에 보내는 게 '위 아 더 월드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다. 가수들이 선의를 모은 것만으로 노래가 완성되진 못했을 것이다. 계획을 현실로 만든 진짜 힘은 앨범 제작을 맡은 프로듀서 퀸시 존스가 녹음실 입구에 대문자로 써 붙인 한 문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CHECK YOUR EGO AT THE DOOR." 해석하자면, "자아 혹은 자존심은 두고 들어와."
가수들은 그 의미를 정확히 알았다. 튀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았다. '합창 파트에서 음역이 안 맞으면 아예 부르지 말 것, 화음 넣거나 애드리브 하지 말 것, 발 구르지 말 것···.' 지침을 전부 따랐다. 자신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꿀 힘이라는 사실을, 그 힘을 절도 있게 쓸수록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리스크'로 주춤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도 한 문장이 아닐까 한다. "CHECK YOUR LOVE AT THE DOOR." 풀어 쓰자면, "대통령인 동안은 대통령의 소명을 아내 사랑보다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매력자산은 정의로움이었다. 김 여사 관련 논란 앞에선 사랑 때문에 정의를 지키려는 마음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지지율을 29%까지 끌어내린 위기의 요체다.
사랑꾼인 대통령은 아름답지만, 사랑꾼이기만 한 대통령은 위태롭다.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위태롭게 한다. 대통령 1인에게 제왕에 비견될 지경인 막강한 힘을 부여하는 까닭에 모든 게 대통령 하기에 달린 게 한국식 대통령제다. 임기가 3년 넘게 남은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로 흔들린다면 그를 지지하든 안 하든 국민 모두의 손실이다.
그러니 대통령은 사랑도 보다 지혜롭게 해야 한다. 아내 사랑을 중단하라는 게 아니라 수십 가지 일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사랑이 공적 영역을 침범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말라는 것이다. '위 아 더 월드'를 합창한 가수들도 '에고'를 영영 버리지 않았다. 잠시 비활성화했을 뿐이다. 사랑에 대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 신경생물학적 현상으로서의 사랑을 연구한 신경과학자 스테파니 카치오포는 책 '우리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에서 "융통성이야말로 사랑의 가장 멋진 점"이라고 했다.
오늘 밤 윤 대통령은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라는 제목의 KBS 녹화방송에 출연한다. 집권 3년 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자리이지만, 관심은 김 여사에 대한 입장에 쏠려 있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부디 '위 아 더 대한민국'이기를 바란다. '위 아 더 부부'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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