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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 대신 미사일뿐"… '전쟁 중' 우크라·가자지구의 암울한 새해맞이

입력
2024.01.01 18:00
수정
2024.01.01 22:52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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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에도 러시아·이스라엘 공격... 끝없는 전쟁
희망 버리지 않은 우크라 "승리하리라 믿어"
생존 위기 몰린 가자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팰리스 호텔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돼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팰리스 호텔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파괴돼 있다. 하르키우=로이터 연합뉴스

환희와 기대 속에 새해를 시작한 세계 각국과 달리,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희망찬 2024년'을 맞지 못했다. 러시아는 전쟁 3년차로 접어들면서 우크라이나 공격을 더 강화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죄는 동시에, 장기전 채비에도 돌입했다. 불꽃놀이 대신 폭격과 포격에 몸서리치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주민들은 평화가 깃들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러, 우크라 곳곳 공습… "집 대신 지하철역에"

1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개전(2022년 2월 24일) 이래 최대 규모의 공습을 우크라이나에 퍼부은 러시아는 새해 첫날에도 그 기세를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와 미콜라이우, 동부 드니프로 등에 무인기(드론) 등의 공습이 있었다고 우크라이나군은 밝혔다. 서부 리비우 박물관이 불에 탔다는 보고도 있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공포 속에서 새해를 맞아야만 했다. 수도 키이우 시민 타라스 필니크 슈밀로는 "집 대신 지하철역에서 새해를 축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독일 타게스샤우는 전했다. 폭격·포격음으로 오인될 수 있는 불꽃놀이는 우크라이나에서 금지됐다. 유리 이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공습 경보를 무시하지 말라"고도 경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모스크바에서 2024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모스크바에서 2024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러시아가 '전쟁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재확인한 건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더 절망하게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신년사를 통해 "진실과 정의를 위한 투쟁의 최전선에 있는 군인들에게 감사하다. 우리는 결코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희망을 내려놓지는 않았다. 키이우 시민 테티아나 쇼스트카는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전날 20분짜리 영상 연설 방식으로 공개한 신년사에서 "올해 우크라이나는 6,000건의 공습 경보를 극복했다"며 "새해가 우리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확실치 않으나,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자엔 제트기 투입... "집 돌아가고 싶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역시 새해에도 이어졌다. 알자지라방송은 팔레스타인 관영 와파통신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1일 전투기를 투입해 가자지구 중부·동부 지역을 공습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있는 유럽 병원에 피신해 있다. 칸유니스=UPI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 있는 유럽 병원에 피신해 있다. 칸유니스=UPI 연합뉴스

이 때문에 가자 주민들의 새해맞이도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가자 북부에서 살아남은 뒤 남부 라파로 피신한 자이나브 칼릴은 "오늘 밤(지난달 31일) 세계 각국 하늘은 폭죽으로 뒤덮이겠지만, 가자의 하늘은 아무런 죄 없는 난민들을 향한 미사일과 포탄으로 넘칠 것"이라며 비통해했다. 이스라엘군 공격에 따른 가자지구 사망자가 2만1,978명(1일 가자 보건부 발표)을 기록한 가운데, 식량·식수·의약품·연료 부족 등으로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끝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이스라엘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이 가자지구에 투입했던 5개 여단 병력을 빼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7일 개전 후 80여 일간의 전투를 통해 하마스를 어느 정도 제압한 만큼, 이제는 장기전에 대비해 병력 운용상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라파 지역의 또 다른 피란민인 아부 압둘라 알 알아가는 "집은 파괴됐지만 집터로 돌아가 텐트를 치고 살고 싶다. 아이들은 학교로, 사람들은 일터로 돌아가기를 바란다"고 새해 소망을 밝혔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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