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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극비 군사회의' 장소 입수해 미사일 때린 러시아...민간인 150여명 사상

입력
2023.08.20 20:20
수정
2023.08.20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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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중앙 광장 극장에 떨어진 러시아 미사일
시민들 희생...6세 소녀 등 7명 사망·148명 부상
러, '드론 회의' 노리고 공격...민간인 피해는 모르쇠

19일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의 중앙 광장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부상당한 남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걸어 나오고 있다. 체르니히우=AP 뉴시스

19일 우크라이나 북부 체르니히우의 중앙 광장에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부상당한 남성이 피투성이가 된 채 걸어 나오고 있다. 체르니히우=AP 뉴시스

토요일인 19일 오전(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의 중앙 광장. 우크라이나 정교회 축일을 기념하기 위해 교회를 방문하거나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 주말을 즐기는 시민들이 즐기던 일상은 순식간에 초토화됐다. 공습으로 폭파된 건물 잔해와 유리조각이 거리를 뒤덮었고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광장 부근 극장에서 극비리에 열린 우크라이나군의 군사기술 회의를 노린 러시아군의 미사일 폭격이었다. 민간인 희생을 굳이 피하지 않은 러시아의 잔혹한 공격에 150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도심 한가운데 떨어진 러 미사일...일대 초토화

영국 가디언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미사일이 체르니히우 도심의 중앙 광장에 떨어져 최소 7명이 숨지고 148명이 다쳤다. 타라스 셰우첸코 극장은 지붕이 무너졌고 교회와 대학도 크게 파손됐다. 체르니히우는 지난해 러시아군이 퇴각한 후 전투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후방 지역이다.

사상자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주말을 맞아 가족끼리 나들이를 나왔다가 변을 당한 이들이 많았다. 6세 소녀가 과다출혈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을 거뒀다. 함께 이송된 아이의 어머니도 위독하다. 부상당한 어린이도 15명에 달했다.

올렉산드르 로마코 체르니히우 시장대행은 “(미사일이 떨어진) 극장 인근 공원은 평소에도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소풍 명소이며 레스토랑과 카페도 많다. 사람이 붐비는 주말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이날은 정교회 축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려 도심 유동 인구가 평소보다 더 많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러시아, 민간인 피해는 모르쇠

19일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극장 지붕을 살피고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체르니히우=AP 연합뉴스

19일 우크라이나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극장 지붕을 살피고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체르니히우=AP 연합뉴스

러시아의 타깃은 체르니히우 중앙 광장에 위치한 극장으로 알려졌다. 극장에서는 군인, 엔지니어 등이 모여 최전선에서 사용될 군사 기술을 비밀리에 논의하고 있었다. 보안상의 이유로 회의 장소는 회의 시작 몇 시간 전에야 공개됐는데, 정보를 입수한 러시아가 시가지 한가운데에 미사일을 떨어뜨린 것이다. 로마코 시장대행은 "러시아는 민간인들이 희생될 것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일에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자포리자의 주거지를 공격해 3명이 사망하고 11개월 난 아기를 포함한 9명이 다쳤다. 15일에도 후방 지역인 우크라이나 서부도시 볼린, 르비우 등에 가해진 공습으로 민간인 3명이 죽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군사시설 관련 목표물만 정밀 타격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평범한 토요일을 고통과 상실의 날로 만들었다. 우리 군인들은 이 테러에 확실히 대응할 것”이라며 보복을 경고했다. 데니스 브라운 유엔 우크라이나 담당 조정관도 “민간인에 대한 공격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 일로 당장 멈추라”며 러시아군을 비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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