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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전 시대' 연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 전쟁 판도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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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현지시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영토 앞바다인 흑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노보로시스크항과 유조선 시그호를 겨냥해 연쇄 공격을 감행했다. 공격 무기는 바로 해상 무인기(드론). 대형 전함 등을 앞세워 흑해에서 세(勢)를 과시하던 러시아로선 허를 찔리는 기습을 당한 셈이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작전이 러시아 방어선을 좀처럼 뚫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상 드론이 전쟁 판도를 바꾸는 또 하나의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는 해군력 열세 만회를 위해 해상 드론 개발에 상당한 공을 들여 왔는데, 이번 공격으로 그 효과를 확인했다. 향후 해상 드론을 활용한 공격도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육로에서의 진격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자, 흑해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6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해상 드론은 폭발물을 내장한 채 수면 바로 위 또는 아래에서 항해한다. 지난 4일 흑해에 투입된 해상 드론의 이동 모습이 촬영된 영상에는, 이 드론이 수면 언저리에서 노보로시스크항에 있던 러시아 해군 상륙함 올레네고르스키 고르냐크호로 맹렬히 진격해 부딪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드론은 TNT 폭약 450㎏가량을 싣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 드론은 기체에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 등을 이용해 사전 입력된 목표물 위치로 향한 뒤, 타깃에 근접하면 사람이 정밀 조종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지난달 31일 미국 CNN방송도 우크라이나군 해상 드론의 이 같은 항해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해상에서 공격을 퍼붓는 건 다소 뜻밖이다.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 주력 전함을 빼앗기는 등 해군력이 크게 약화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말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전함을 파괴했다"고도 발표했다. 개전 직전, 미국 등으로부터 선박을 받아 '해군 현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러시아 해군 전력에 훨씬 못 미친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약'이 됐다. 불가피한 측면이 컸다 해도, '해상 드론 자체 개발'로 이어진 탓이다. 우크라이나는 해상 드론 시범 운용 현장을 외신에도 공개할 만큼 자신감을 내보였다. 회갈색 카누 형태인 이 드론의 길이는 5m, 무게는 최대 1,000㎏에 달한다. 800㎞까지 이동 가능하며, 최고 속도는 시속 80㎞이다. 노보로시스크항이 우크라이나 해안에서 최소 640㎞ 거리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전장에 투입된 해상 드론도 수준급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표적 명중률은 높지 않은 듯하다.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 개발자 막심 수보틴은 "10대 중 1대만 목표에 도달해도 매우 성공적"이라고 말했다고 우크라이나 언론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전했다. 센서 시야가 좁아 표적 추적이 쉽지 않고, 인터넷이 불안정한 망망대해에서 정보를 조종사에게 송출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다.
그럼에도 해상 드론은 우크라이나에 여러모로 유리하다. 무엇보다 ①크기가 작고 소음이 적어 적군 탐지를 피하기 용이하다. 또 ②수십억 원을 넘는 미사일 등 다른 무기보다 저렴하다. 대당 25만 달러(약 3억2,625만 원) 정도로 추정된다. 게다가 ③러시아군 해로를 방해해 병력 이동이나 물자 보급을 막을 수 있어, 육지에서의 대반격 작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준다. 아울러 ④인명 피해 걱정도 없다.
우크라이나는 해상 드론을 더 적극 활용할 태세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흑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해상) 드론은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었다. 반면 "러시아가 흑해를 완전히 장악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나, 혁명 수준은 아니다"(노르웨이 국방연구소 소속 카타르지나 지스크 교수)라는 제한적 평가도 있다.
흑해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6일에도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를 잇는 촌가르 다리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러시아는 이 교량을 잠정 폐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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