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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행 선박=군 화물선” 협박... 푸틴 ‘식량 무기화’에 밀 가격 9%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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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을 보장한 흑해 곡물협정 종료를 계기로 ‘식량 무기화’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 등 주요 항구에 연이틀 폭격을 가해 곡물 보관 시설을 파괴한 데 이어 ‘흑해를 지나 우크라이나로 가는 화물선’은 상시 공격 대상이라고 암시하며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가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대체할 수 있다”며 흑해 봉쇄 의지를 표명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흑해에서 우크라이나 항구로 향하는 모든 선박을 잠재적인 군사 화물선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선박 국적국은 우크라이나 측 분쟁 당사국으로 규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군사 작전을 곡물 수출입으로 위장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로써 지난해 7월 흑해 곡물협정 발효와 함께 열렸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길도 사실상 다시 막히게 됐다. NYT는 “협정 파기 이후에도 튀르키예 등을 경유해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 수출을 이어가려 했던 우크라이나의 계획은 불투명해졌다”고 짚었다.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밀 선물 가격은 9%가량 급등했다. 지난 17일 오후 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연장 거부 선언 직후엔 3% 오르는 데 그쳤으나 직접적인 ‘위협’이 가해지자 가격이 훨씬 더 뛴 것이다. 지난해 2월 개전 이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은 전 세계 유통량의 30%에 달했다. 지난 1년 동안에도 3,280만 톤의 곡물이 흑해 항로를 통해 수출됐다.
러시아의 이 같은 엄포는 우크라이나산 곡물 공급량 급감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흑해 지역을 지날 때 부과되는 추가 위험 보험료가 인상되면, 그 일대에 진입하려는 선박 자체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러시아가 18, 19일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에 미사일 공습을 가한 탓에 곡물 재고 6만 톤이 소실되기도 했다.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결국 저소득 국가들이라는 게 NYT의 지적이다. 아리프 후세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수석 경제학자는 “이미 수십 개 나라에서 수백만 명이 두 자릿수 물가상승률로 고통받는 가운데, 흑해 곡물협정 중단은 잔인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세계 식량원조 단체들의 긴급 식량 지원 활동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서방이 흑해 곡물협정을 정치적으로 왜곡했다”며 책임을 돌린 뒤 “러시아의 세계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 재가입, 러시아 곡물·비료 수출 제한 해제 등의 조건이 이행되면 곧바로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국제시장에 공급되지 않을 경우, 러시아산 곡물로 대신하면 된다고도 응수했다. 하지만 사실상 서방이 대러시아 제재를 완화하거나 해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국제 식량 시장의 혼란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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