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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곡물 가격 달렸는데… 흑해 곡물협정 만료 앞두고 '푸틴 vs 서방'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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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전 세계 식량 가격을 인질로 잡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흑해 곡물 협정 만료 시한(17일)을 코앞에 두고 “세계은행간금융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 다시 가입시켜 주지 않으면 연장은 없다”며 버티기에 나선 것이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유엔마저 조건부 가입 카드를 제시하며 달래기에 나섰으나, 러시아가 마음을 돌릴지는 미지수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흑해 곡물 협정 연장안을 전송했다. 유엔은 서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복수의 소식통은 로이터에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흑해 곡물 협정 연장 조건으로 러시아에 ‘자회사를 통한 스위프트 재연결’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를 국제은행 간 결제망인 스위프트에서 쫓아냈으나, 다시 숨통을 틔워 주기로 한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엔의 이번 제안이 지난달 말 EU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농업은행과 직접 접촉을 피하되, ‘자회사 경유 우회 결제’로 러시아의 곡물, 비료 수출 대금을 처리하는 방식이다. 자국산 농산물과 비료를 직접 거래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러시아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방이 대(對)러시아 강경 태도에서 한발 물러서며 ‘러시아 달래기’에 나선 건 글로벌 식량위기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 경로가 차단됐고, 그 결과 전 세계 식품과 비료 가격이 폭등했다. 아프리카·중동 지역은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였다.
이에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는 러시아로부터 ‘흑해 해상운송 과정 중 우크라이나 곡물을 실은 선박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한시적 약속을 받아냈다. 추가 합의를 통해 이는 1년간 지속됐다. 연장 합의 때마다 러시아는 자국 은행의 국제 결제망 복귀를 요구했지만, 서방은 미국 은행인 JP모건을 통해 대금을 결제할 수 있게 하는 식의 우회책만 허락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가 ‘더 이상 연장은 없다’며 최후통첩을 날리자 유엔과 EU도 다급해진 셈이다.
다만 러시아가 서방의 회유책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EU가 자회사를 통한 러시아의 스위프트 재연결을 논하고 있다”는 FT 보도에 대해 크렘린궁은 “재가입 과정에만 최소 3개월이 걸리는데, 은행 자회사 설립에는 수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며 부정적 논평을 냈다. 유엔이 동일 조건을 또 제시한 만큼, 러시아와의 기싸움은 협정 만료 직전까지 지속될 공산이 크다.
식량 위기 전조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AP통신은 지난해 10월 420만 톤에 달했던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량이 지난달 반토막(200만 톤)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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