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특혜채용 의혹이 제기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25일 사퇴했다. 자녀 채용 과정에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선관위 특별감사 결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장·차관급의 고위 공직자로서 책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박 사무총장, 송 사무차장의 자녀는 지방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각각 2022년, 2018년에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알려져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이들은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가 될 경우 이를 신고해야 한다는 선관위 공무원 행동강령을 지키지 않았다. 사무총장의 경우 6급 이하 직원 채용에 전결권을 갖고 있어 자기 자녀 채용을 자신이 최종 승인한 것이니 상식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
심지어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도 아들이 지방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20년 선관위에 경력채용된 후 6개월 만에 승진한 사실이 드러나 2022년 3월 사퇴했다. 직전 사무총장이 이해충돌 논란으로 물러났는데 후임 사무총장과 사무차장이 똑같은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선관위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자녀 채용 사례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런 것을 보면 선관위 경력채용이 ‘아빠 찬스’로 오염돼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고위직 인사검증에도 구멍이 뚫린 것이라 할 만하다.
선관위는 두 사람의 사퇴와 별개로 현재 진행 중인 특별감사와 전수조사를 계속한 뒤 사표 수리 등 후속 조치를 취한다고 한다. 단지 문제 된 이들만 물러나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지어서는 안 된다. 전수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조금이라도 문제로 보이는 관행, 인식, 제도를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이 같은 자정능력을 보여야 헌법기관으로서 선관위의 독립성 요구가 정당하다. 국민의힘은 노태악 선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보다는 선관위를 투명하고 유능한 기관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엄중한 선거 관리를 위한 독립성은 지키면서 불투명한 채용·인사 관행은 뿌리부터 고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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