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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줄줄이 옷 벗는 공수처, 이대로 존립 가능하겠나

입력
2024.11.02 00:10
19면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수사해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부장검사가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사표가 수리되면 공수처 부장검사는 정원 7명 중 2명만 남는다. 평검사들도 줄줄이 옷을 벗고 있다. 조직의 존립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사직서를 낸 송창진 부장검사는 지난해 2월 공수처에 합류한 이후 1년 8개월 만에 옷을 벗는다. 개인적인 이유라고만 한다. 명품백 사건을 직접 맡아온 검사가 지난달 말 퇴직한 데 이어 송 부장검사도 공수처를 떠나면서 수사 표류는 불가피해졌다. 이 부서엔 검사 1명만 남게 된다.

공수처 인력 이탈은 총체적이다. 수사1부는 부장검사가 5월 면직 처리된 이후 5개월 넘게 공석이다. 평검사들도 줄줄이 사퇴하면서 검사 한 명 없는 ‘유령 부서’가 됐다. 한 달여 전 사의를 표명한 수사3부 부장검사 사직서도 엊그제 수리됐다. 공수처 검사 정원은 가뜩이나 적은 25명인데, 이제 처장, 차장을 다 포함해도 절반을 간신히 넘긴 14명뿐이다.

인력은 계속 줄어드는데 고소∙고발 사건은 해마다 2,000건 안팎에 달한다. 올해도 8월까지 1,149건이 접수됐다. 수사 1년 넘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채 상병 사건을 비롯해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마약사건 세관 직원 연루 의혹 등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굵직한 사건만 상당수다. 자잘한 고소∙고발 사건은 캐비닛에 켜켜이 쌓일 수밖에 없다.

공수처는 검사 신규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설령 충원이 된다 해도 또다시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옷을 벗는 게 문제다. 지휘부의 리더십 부족, 정치권의 압박, 수사력 부족 등이 맞물린 결과일 것이다. 검사의 임기를 기본 3년에 세 차례 연임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조직에 대한 애착을 떨어뜨린다. 연임 재가가 수사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도 다분하다.

내년 1월이면 공수처가 출범한 지 4년이지만 지금까지 내놓을 만한 성과는 없었다. 이대로면 무용론이 더 비등해질 수밖에 없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채 상병 수사 같은 굵직한 사건에 사활을 걸고 성과를 내 존재감을 증명해야 한다. 그래야 인력 이탈도 막을 수 있다. 정부도 정원과 임기제 등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을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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