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이후 가장 낮은 19%까지 추락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다. 조사 마지막 날인 그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관여한 정황이 담긴 윤 대통령 육성 녹취가 공개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민심의 둑이 무너지고 있는 데도 대통령실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2주째 김건희 여사 문제(17%)였다. 명씨와 연관된 공천 개입, 여론조사 결과 조작,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선정 개입 의혹 등을 해소하지 않는 한 지지율 반등은 어렵다는 뜻이다. 전 지역과 전 연령대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3주째 앞섰다.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TK)의 지지율조차 전국 평균보다 낮은 18%를 기록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징후다.
대통령 지지율 10%대는 상징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0월 말 국정농단 논란에 대한 대국민사과 당시 지지율은 17%였으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에 대한 검찰 수사로 그다음 주 5%로 급락한 끝에 탄핵으로 물러났다. 지지율 20%를 '심리적 탄핵'의 마지노선이라 부르는 이유다. 윤 대통령 육성 녹취 공개 전 실시된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 여론조사에서도 1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 관련 녹취를 추가 공개할 경우 지지율 하락세는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어제 19%의 지지율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지적엔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법률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윤 대통령 부부가 정권 안위만을 위해 참모와 여권의 법리 해석 뒤에 숨으려고 해선 곤란하다. 정상적 국정 운영을 위한 민심 수습부터 하는 게 집권세력의 당연한 책무다. 그 시작은 윤 대통령 부부가 국민 앞에 정직하게 해명하는 것이다. 법리를 따지거나 그래도 남은 의혹의 전모를 밝히는 것은 그다음 판단할 일이다. 시간은 더 이상 윤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 나기 직전이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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