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폴란드의 우크라이나 전투기 지원에도 "우린 안 보낸다"

폴란드, 우크라에 미그-29기 4대 지원 방침
미 "폴란드의 주권적 결정"... 종전 입장 유지

폴란드 영공에서 소련제 전투기 미그-29기와 미국산 전투기 F-16이 함께 에어쇼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자국 전투기를 보낼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16일(현지시간) 재확인했다. 이에 앞서 폴란드가 국제사회에서는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미그-29기 4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미국은 기존 방침을 고수한 것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미그-29기를 보내기로 했다는 발표에 대해 "(폴란드의) 주권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F-16 전투기와 관련한 우리의 계산법을 바꾸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서아프리카 니제르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우리 초점은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 특히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것을 갖도록 보장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황상 전투기보다는 지상 무기 지원이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미국의 전투기 지원 가능성엔 재차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향후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에 미그-29기 4대를 넘길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그-29는 러시아의 4세대 전투기로, 러시아를 비롯해 옛소련에 속했던 국가들과 친러시아 성향 국가 등 30여개 나라에서 운용되고 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 등 서방에 전투기 지원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는 지금 F-16 전투기가 필요하지 않다"고 현재로선 전투기 지원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우크라이나는 지금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되찾을 수 있도록 탱크와 보병 전투차량, 장갑차, 포병, 방공시스템 등이 필요하다"며 "F-16은 나중 문제"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전황이 급변할 경우, 미국도 F-16 전투기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