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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 먹일 계란 값 3배 튀겨 납품...우크라이나 국방장관 '경질'

입력
2023.02.06 20: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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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대대적 공세 예고 속 초유 결정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이 전격 경질된다. 전쟁 발발 1년(현지시간 이달 24일)을 앞두고 러시아가 대규모 공세를 펼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군 수장을 갈아치우는 것이다.

경질 사유는 '부패'다. 군 지도부가 외부 업체와 짜고 군 납품 식자재 값을 부풀려 계약했다는 스캔들이 터지며 올렉시 레즈니코우(56) 장관이 치욕스럽게 퇴진하게 됐다. 2021년 11월 임명된 그는 러시아 침공 이후 내내 군을 이끌었다.

올렉시 레즈니코우(56) 장관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올렉시 레즈니코우(56) 장관이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4,400억 원 군납비리... 국방장관 책임론↑

레즈니코우 장관은 조만간 사임하고 키릴로 부다노우(37) 현 국방부 정보국장이 임명될 것이라고 키이우인디펜던트 등 우크라이나 언론이 5일 보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회에 인사안을 제출하고 국회가 동의하면 인사 절차가 마무리된다.

군 수장의 교체는 우크라이나로선 엄청난 전력 손실일 수 있다. 레즈니코우 장관은 최근 서방 국가들이 장거리 미사일, 주력 전차 등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국방부 납품 비리 스캔들의 책임론을 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 언론 제르칼로 네델리가 납품 계약서 등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을 보면, 국방부 군납 담당 부서는 지난해 12월 '액티브'라는 회사와 131억6,000만 흐리우냐(약 4,369억 원) 규모의 식자재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수도 키이우 등에 주둔하는 장병들을 위한 식품이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부상 치료를 받고 있다. 헤르손=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헤르손에서 부상 치료를 받고 있다. 헤르손=AFP·연합뉴스

계약 가격이 시중 가격보다 1.2~2.8배나 비쌌다.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지나쳤다. 국방부는 계란 한 알을 17흐리우냐(567원)에 구입했다. 일반 소매가는 7흐리우냐(약 233원)였다. 1㎏당 소매가가 8, 9흐리우냐(267~300원)인 감자는 22흐리우냐(734원)에 사들였다. 닭다리는 1㎏당 120흐리우냐(4,002원)에 샀는데, 일반 상점 구입가는 80흐리우냐(2,668원)였다. 국제사회에서 답지한 전쟁 지원금이 줄줄 샌 것이다.

전·현직 국방부 인사가 공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액티브는 국방부 산하 군자재 납품 국영 기업 간부가 창립했으며, 국방부 전직 관료들이 이사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과 결탁한 것으로 의심되는 뱌체슬라우 샤포발로우 전 국방부 차관은 관련 보도 사흘 만에 해임됐다.

군납 비리는 더 커질 조짐이다. 의류 등 다른 보급품 가격도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기관, 감사원 등이 조사 중이다. 레즈니코우 장관은 "비리에 직접적으로 연루되지 않았다"고 해명해왔지만, 여론의 비판을 넘지 못했다. 유럽연합(EU)이 "회원국으로 가입하려면 부패 문제를 해소하라"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 부패 스캔들을 조기 진화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지원이 끊길 수 있다는 점 등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감안했을 것이다.

레즈니코우 장관은 그간의 성과 등을 감안, 내각의 다른 자리로 옮길 가능성이 있다.


전력 손실 최소화... 현직 국장→장관으로

30대인 부다노우 국장을 장관으로 발탁한 건 파격이다. 전쟁 중 군 수장을 교체하는 데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는 2007년부터 국방부 주요 보직에서 활약했다. 2020년부터 정보국장을 역임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신임을 쌓았다.

여당인 인민의종 소속 다비드 아라카미아 우크라이나 하원 의원은 "전쟁 중엔 정치인이 아니라 국방·안보 분야에 정통한 사람이 군을 이끌어야 한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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