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체감 영하 27도…'겨울 복병' 한랭 질환, 집 안에서도 20% 발생

입력
2023.01.23 20:49
수정
2023.01.2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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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7도(체감 온도 영하 27도)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올 들어 가장 추운 날로 예상되면서 한랭 질환 위험이 커졌다. 뉴스1

강력한 북극 한파가 닥치고 강한 바람이 불면서 24일 서울의 기온이 영하 17도(체감 온도 영하 27도)~영하 12도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23도∼영하 6도, 낮 최고 기온은 영하 14도∼영하 4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처럼 올 들어 가장 매서운 한파가 닥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국적으로 한파 특보가 발령됐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저체온증과 동상(凍傷)ㆍ동창(凍瘡) 등 ‘한랭 질환’이 크게 늘어난다. 한랭 질환은 바깥에서만 걸리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집 안에서 걸리는 한랭 질환도 20%가량이나 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절기(20212.12~2022.2) 한랭 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로 신고된 한랭 질환자는 추정 사망자 9명 등 모두 300명으로, 직전 절기(2020.12~2021.2)보다 환자는 31% 감소했고, 사망자는 27% 증가했다.

◇온몸 떨리고 움직임 둔해지고…저체온증 신호

저체온증은 중심(심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졌을 때를 말한다. 갑자기 또는 점차적으로 체온이 떨어져 저체온증이 생길 수 있다. 손발이 시리고 춥다고 느끼는 정도를 넘어 혈액순환ㆍ호흡, 신경계 기능이 느려지면서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특히 야외 운동을 할 때 땀을 흘리면 땀이 식으면서 체온이 더 급격히 떨어져 건강한 사람도 저체온증이 발생할 수 있다. 손발이 차고 몸이 떨리는 증상도 저체온증 초기 증상이기 때문에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박준범 순천향대 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체온이 떨어지면 초기에는 온몸이 떨리는 정도의 증상만 발생하지만 35도 미만으로 체온이 떨어지면 전체적인 신체의 기능이 저하된다”고 했다. 박준범 교수는 “이런 경우에는 움직임이 둔해지고, 심한 경우 술에 취한 것처럼 행동하거나 의식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스스로 인지할 수 있는 저체온증 초기에는 따뜻한 불을 쬐거나 마른 양말, 옷으로 갈아입어야 한다. 특히 땀이나 비 등으로 옷이 젖었을 경우 마른 옷으로 갈아입어 급격한 체온 저하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가벼운 운동도 체온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따뜻한 음료나 음식으로 체온을 높이는 방법도 좋다.

중심 체온이 32도 이하로 떨어지면 중증도 저체온증으로 분류된다. 의식 상태가 나빠지고 심장박동과 호흡이 느려진다. 심하면 혼수 상태에 빠질 수 있고, 몸이 뻣뻣하게 굳으며 동공이 확장되기도 한다.

박준범 교수는 “체온이 35도 미만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고, 작은 충격에도 부정맥(不整脈)이 발생할 수 있어 외부 충격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체온증 환자는 탈수가 심하고 혈액 점도가 높아 합병증을 유발하므로 빨리 수분을 보충해야 한다”고 했다.

체온을 유지하려면 추위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가급적 실내에서 지내면 좋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과음도 피해야 한다. 저체온증 환자 가운데 30%가량이 음주 상태에서 발견되고 있다.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술을 마시면 몸이 따뜻해질 것을 생각하지만 취하면 심부 체온이 떨어져도 잘 알지 못해 저체온증이 생길 위험이 높다”고 했다.

◇동상이라면 따뜻한 물에 담그지 말아야

추위에 노출되기 쉬운 손ㆍ발ㆍ귀ㆍ코 등에 동상이나 동창이 생기기 쉽다. 동창은 혈관에 염증이 생겼지만 아직 얼음이 만들어지지 않은 단계로 동상보다 가볍다.

동창이 생기면 손상된 부위를 빨리 따뜻하게 해줘야 한다. 따뜻한 물(37~39도)에서 피부가 말랑말랑해지면서 약간 붉어질 때까지 녹이는 게 좋다.

동상은 피부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까지 떨어져 국소 부위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아 혈액순환이 둔화되고 피부 조직이 얼기 시작하는 단계를 말한다. 피부 온도가 영상 10도 정도로 떨어지면 혈액이 제대로 순환하기 어려워진다.

0도 이하로 떨어지면 세포 속 수분이 얼어 조직이 손상되면서 병변에 감각이 없어지고 조직마저 괴사한다. 더 악화하면 신체를 절단할 수도 있다.

동상이 생기면 갑자기 불을 쬐고 따뜻한 물에 담그거나 동상 부위를 비벼서 녹이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최성혁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마른 수건으로 동상 부위를 감싸 외부충격을 받지 않도록 한 뒤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다.

◇극심한 가슴 통증, 심근경색 신호?

기온이 낮아지고 실내ㆍ외 온도차가 커지면 혈관이 수축한다. 그러면 혈압이 올라가 혈관이 막히거나 파열될 수 있다. 고무 호스가 좁아지면 수압이 오르다가 호스가 터지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증상이 뇌에서 생기면 뇌졸중이 된다. 한쪽 팔다리 마비, 감각 이상, 발음장애, 언어 장애, 안면 마비, 어지럼증, 극심한 두통 등이 나타난다. 뇌세포는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될 수 없어 초기 응급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증상 발생 후 최소 4시간 30분 이내 혈전을 녹여 주는 정맥 내 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한다. 따라서 뇌졸중 의심 환자가 생기면 즉시 119에 전화해 ‘골든 타임’ 내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 심혈관 질환인 심근경색은 기온이 1도 떨어질 때마다 2%포인트씩 늘어나며, 특히 겨울에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이 10%가량 높아진다. 심근경색 환자 대부분이 극심한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명치가 아프다거나, 소화가 되지 않거나, 속이 쓰리다.

방사통(放射痛ㆍ통증이 어깨나 팔다리 등쪽으로 뻗어나가는 듯이 아픈 증상)을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실신하거나 심정지가 오기도 한다. 심근경색으로 심장이 멈췄을 때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채 4분이 경과하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하고, 10분이 넘으면 사망 가능성이 높다.

[한랭 질환 대비 예방수칙](자료: 질병관리청)

1. 운동은 실내에서 가볍게.

2. 적절한 수분 섭취. 고른 영양분 갖춘 식사.

3. 외출 전 체감 온도 확인.

4. 실내 적정 온도 유지. 건조해지지 않게 유의.

5. 외출 시 따뜻한 옷 입기.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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