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20주 전후 혈압이 갑자기 올라간다면…

입력
2023.01.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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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구로병원이 알려주는 건강 정보] 김은나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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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독증은 전자간증(前子癎症·pre-eclampsia) 혹은 자간전증을 다르게 부르는 말이다. 임신 20주 이후에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면서 콩팥 등 다양한 장기의 손상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임신부의 2~8%에서 임신중독증이 발생하고, 산모 사망 원인의 9%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최근에는 고령 산모가 늘고 데, 고령 임신을 하면 고혈압·당뇨병·비만 등 여러 기저 질환(basal disease)을 가진 상태에서 임신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지속적으로 임신중독증 환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신중독증은 임신부와 태아 모두에게 심각한 합병증이 일으킬 수 있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기에 세심한 진단과 추적 관찰, 신속한 치료와 분만 후에도 장기적인 건강 관리가 필수적이다.

◇두통·명치 통증·시각장애 증상이 대표적

임신중독증 증상으로는 혈압이 올라가거나, 거품뇨가 생기거나, 이마 혹은 뒤통수 두통, 상복부 통증, 시력장애 등이 있다.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체액이 몸에 남아 부기가 심해지며, 몸무게가 1주일에 1㎏ 이상 급증하면 임신중독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임신해 외래 방문 때마다 몸무게를 측정하는 것은 임신 중독증을 빨리 발견하기 위해서다.

임신중독증을 진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고혈압과 단백뇨다. 임신 전에 고혈압이 없던 임신부가 임신 20주 이후에 새로 고혈압이 생긴 것과 더불어 콩팥 손상 지표인 단백뇨가 동반되면 임신중독증으로 진단된다.

고혈압이 임신중독증의 가장 믿을 만한 지표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고혈압이란 수축기(최고) 혈압이 140㎜Hg 이상이거나, 이완기(최저) 혈압이 90㎜Hg 이상인 경우를 말하며, 이완기 혈압이 더 중요하다.

◇단백뇨 없어도 중증 증상 있으면 진단

임신중독증이라면 대부분 단백뇨가 동반되지만, 단백뇨가 없더라도 ‘수축기 혈압이 160㎜Hg 또는 이완기 혈압이 110㎜Hg을 넘거나, 혈소판 감소증, 간 효소 수치 급증, 다른 원인 없이 심한 윗배 또는 명치 통증이 있거나, 폐부종이 있거나, 콩팥 기능 수치 증가, 진통제에 듣지 않는 새로운 두통이 생기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이 있어도 중증 임신중독증으로 진단된다. 이때에는 응급 상황이므로 빨리 치료해야 한다.

◇경련, 뇌ㆍ콩팥 손상, 목숨 잃을 수도

임신중독증 초기에는 환자가 느끼는 증상에서는 특이점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중증으로 빠르게 진행되면서 태아와 임신부가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임신 중 외래 방문 시마다 혈압을 체크하고 소변검사를 하는 것은 바로 임신중독증을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혈압만 높은 상태, 즉 임신중독증 초기 상태에서는 증상이 없을 수 있어 임신부가 입원을 권유받으면 입원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임신 중독증은 현재 증상이 없더라도 언제라도 심한 합병증으로 급격히 진행할 수 있으므로 입원 권유를 받았다면 반드시 입원해야 한다.

임신중독증 환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위중한 합병증은 자간증(子癎症ㆍeclampsia) 즉 경련이다. 경련이 발생하면 임신부가 목숨을 잃을 수 있고, 영구적인 뇌 손상이 생길 수 있다.

경련은 전체 임신중독증 환자의 1.9%에서, 중증 임신중독증 환자의 3.2%에서 발생한다. 경련은 분만 전에도 나타나지만, 분만 중이나 분만 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경련이 시작되기 전에 심한 두통ㆍ시야 흐림ㆍ눈부심ㆍ의식 혼미 등의 증상이 먼저 발생할 때가 있기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38%에서는 전조 증상 없이 갑자기 경련이 생기기도 한다.

경련 다음으로 위중한 합병증은 ‘HELLP증후군’으로 이 역시 임신부 건강을 악화시키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HELLP증후군은 적혈구가 파괴돼 헤모글로빈이 혈장으로 방출되는 용혈, 간 효소 수치 증가, 혈소판이 감소되는 상태를 말한다.

전체 임신중독증 환자의 15%에서 고혈압과 단백뇨 없이 HELLP증후군부터 비특이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HELLP증후군이 나타나는 임신부의 90%에서 우측 상복부 통증, 전신 피로감 증상을 호소한다.

중증 임신중독증은 급성 또는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기게 될 수 있다. 폐부종ㆍ심근경색ㆍ뇌출혈ㆍ혈액 응고 이상ㆍ급성 호흡장애 증후군ㆍ콩팥 기능 장애 등이 있다. 이들 후유증은 임신 이전부터 해당 장기에 이미 질병이 있었다면 발생하기 더 쉽다. 시력 장애는 심하면 일시적인 실명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 경과(예후)가 좋아 수술하지 않고 분만 후 수주일 내에 회복된다.

◇태아 성장 지연, 태반 조기 박리 생기기도

임신중독증이 발생한 임신부의 태아에서 모두 성장 지연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태아 증상으로 주로 나타나는 임신중독증도 있다.

태반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고, 태반이 괴사돼 태아에게 가는 산소ㆍ영양분 공급이 줄어 태아 성장이 저하되는 것이다. 태아 상태가 나빠지면 태아의 소변량이 줄어든다. 양수는 태아 소변이기에 양수량도 감소하게 된다.

의료진은 태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태아 혈관의 도플러 검사, 양수 검사, 태동 검사 등을 시행해 아기 상태를 확인한다. 자궁에서 태반으로 혈액을 보내는 나선동맥이 파열되면서 태반 조기 박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임신부나 태아 한쪽이라도 건강 악화하면 분만

임신중독증은 태반에 의한 질환이므로 임신중독증을 치료하는 가장 원칙적인 방법은 분만이다. 하지만 주수가 이른 상황에서 태아의 장기 성숙이 이루어지기 전에 무조건 빨리 분만할 수는 없다. 임신 주수를 늘리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이지만 임신부의 위중도와 이른 출산에 따른 태아의 위험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 최종 분만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임신부의 건강 상태가 악화하는 양상으로 진행하거나, 태아의 발육 지연이 심하거나, 태아를 키우는 태반 상태가 나빠져 태아에게 산소ㆍ영양분이 충분히 가지 않는다면 분만시켜 신생아중환자실(NICU)에서 적당한 양의 산소ㆍ영양분을 주면서 키우는 것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신 주수도 역시 아기 경과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의료진은 임신 주수와 아기 상태와 임신부 상태의 위험도를 다각도로 평가해 최종 분만 시기를 결정하게 된다.

◇임신중독증 원인,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임신중독증의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아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되나 일종의 태아에 대한 임신부의 면역 반응이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자궁에서 태반으로 가는 임신부의 자궁나선동맥이 임신하는 내내 많은 혈액을 태반으로 공급해줄 수 있게 지름이 넓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좁아진 채 남아 있는 것이 주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로 인한 임신부 혈액이 태반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 임신부의 혈압이 높아지게 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임신부 혈액이 태반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과정에서 태반이 손상되고, 손상된 태반에서 여러 가지 염증성 물질이 발생해 임신부의 전신 장기를 돌며 장기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다. 혈압이 높아지면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이 나타날 수 있어 혈압을 잘 조절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혈압ㆍ당뇨병 등 기저 질환 있으면 고위험군

임신이 초산이거나, 임신부 나이가 35세 이상이거나 임신 전부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의 고도 비만이거나, 임신중독증의 가족력이 있거나, 이전에 저체중아를 분만한 적이 있다면 ‘중등 위험 인자’다. 일반 임신부보다 임신중독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많은 임신부가 ‘35세 이상의 초산모’여서 임신중독증 발생 위험이 높다. 또한 때로 많은 임신중독증이 이러한 위험 인자가 없더라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임신부들은 임신중독증을 대해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에 임신중독증을 앓았거나, 다태아 임신이거나, 임신 전부터 고혈압ㆍ당뇨병ㆍ콩팥병ㆍ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등 임신중독증의 ‘높은 위험 인자’로, 임신중독증의 발병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 위험 인자들이 있으면 초기부터 세심한 주의와 산부인과 전문의와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하다.

◇고위험군이라면 조기에 아스피린 예방적 투여해야

중등 위험 인자 2개 이상이거나 높은 위험 인자 1개 이상을 갖는 임신중독증 고위험 임신부는 임신 12~28주에 저용량 아스피린을 투여하기 시작해 임신 동안 지속하면 임신중독증 발병이 줄어들거나, 임신중독증이 발병하더라도 이로 인한 여러 손상 및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따라서 위의 위험 인자를 가진 임신부라면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해 예방적인 아스피린 투여에 대해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신중독증에 노출된 임신부가 분만하면 혈압이 서서히 정상으로 돌아오게 될 때가 많다. 하지만 분만 후 수년간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가 높아지기에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필요하다.

고혈압ㆍ심근경색ㆍ울혈성 심부전ㆍ뇌졸중ㆍ말초 동맥 질환 등 발병 위험도가 높아진다. 중증 임신중독증 증상을 앓았다면 위험도가 더 올라간다. 따라서 임신중독증이 발생했던 임신부는 분만 후에도 건강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운동ㆍ금연하며 심혈관계 질환을 추적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은나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은나 고려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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