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가려졌던 정진상… 구속 기로에서 검찰과 8시간 공방

입력
2022.11.18 20:00
수정
2022.11.18 23:2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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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경기라인' 요직에도 외부활동 극히 제한
법원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며 첫 공식 노출
"군사정권보다 더해… 檢, 증자살인·삼인성호"
검찰 프레젠테이션 3시간… "증거인멸 우려"
정진상, 유착 의혹 부인… 이재명 연관 차단도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일당'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 실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최측근으로 꼽히지만 베일에 가려졌던 인물이다. 구속 기로에서 언론에 처음으로 얼굴이 노출된 셈이다. 정 실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검찰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정 실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오후 2시부터 8시간 10분간 진행됐다. 검찰은 정 실장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부정처사 후 수뢰·부패방지법 위반·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에서 민간사업자 선정 등 각종 편의 제공 대가로 1억4,000만 원을 수수했고, 대장동 사업 민간 배당이익 중 428억 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게 골자다.

정 실장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며 "검찰 정권의 수사는 증자살인(曾子殺人),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비판했다. 여러 사람이 거짓을 말하면 사실이라고 믿게 된다는 고사성어로,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등의 진술에 의존해 없는 죄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영장심사 종료 후 "어떤 탄압 속에서도 역사와 민주주의는 발전할 것이고, 국민들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 대표의 '성남·경기라인' 핵심 인사로 꼽힌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정책비서관을, 경기지사 시절 정책실장 등 요직을 맡았다. 검찰은 그가 1995년 시민단체 활동 중 변호사였던 이 대표와 친분을 쌓아 사무장으로 일했다고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했지만, 민주당은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당에서도 그를 제대로 아는 이가 드물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혐의. 시각물=강준구 기자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혐의. 시각물=강준구 기자

이날 영장심사에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 소속 검사 5명이 투입됐다. 검찰은 범죄의 중대성 등을 내세워 3시간 가량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검찰은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고, 정 실장이 부인하고 있어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돈을 전달했다는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진술의 구체성·일관성도 강조했다. 정 실장이 유 전 본부장에게 압수수색 직전 휴대폰 폐기를 지시한 혐의를 앞세워 증거인멸 가능성도 부각했다. 정 실장의 지위와 역할, 이 대표와의 관계, 대장동 일당과의 유착 정황 설명에도 공을 들였다.

정 실장 변호인단도 100여 쪽 의견서를 제출하며 맞불을 놓았다. 특히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대장동 사업을 보고받고 결재한 적은 있지만, 위법 행위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검찰이 이 대표와 정 실장을 '정치적 공동체'로 판단한 만큼, 정 실장을 징검다리 삼아 이 대표 수사로 나아가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 실장은 이날 법정에서 "혐의 사실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돈을 요구했다는 증거가 어디 있느냐"고 항변했다. 정 실장 측은 검찰이 제시한 혐의와 관련해 날짜 등을 일일이 짚으며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 실장 변호인단은 영장심사 후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장실질심사에서도 검찰의 객관적 물증은 발견하지 못했고,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은 없다고 본다"며 "피고인 방어권 보호가 절실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정 실장 측은 당초 고검 내 기자실에서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지만, 검찰이 예고 없이 출입구를 봉쇄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기자단은 "기자회견을 막으려는 의도로 민원인이 드나드는 출입구를 봉쇄하는 검찰 처사는 부적절하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유지 기자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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