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베프'라더니... 수출로 뒤통수 친 시진핑

입력
2022.06.29 00: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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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러 수출 38% 감소… 기술 제품 공급 줄어
"공급망·재정 악화로 러시아 경기 침체 가능성"

시진핑(화면)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 등과 대담을 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타스 연합뉴스

시진핑(화면) 중국 국가주석이 1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경제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가운데) 러시아 대통령 등과 대담을 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타스 연합뉴스

국제사회 ‘왕따’인 러시아에 사실상 유일한 우군인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對)러시아 수출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겉으로는 서방의 제재를 비판하면서 러시아를 편들었으나, 속으로는 서방 눈치 보기를 했다는 얘기다. 러시아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계속 거래를 꺼린다면 러시아 경제가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경제연구소가 러시아 전체 수입의 90%를 차지하는 54개 나라를 대상으로 수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월 24일 개전(開戰) 이후 2개월간 중국의 대러 수출액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38% 감소했다. 서방을 비롯한 적극적인 제재 참여국들(60%)보다는 적지만, 서방의 제재를 의식해 ‘몸 사리기’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틴 초젬파 선임연구원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계 없는 협력’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유럽연합(EU) 다음으로 러시아 수입 감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이 러시아를 돕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대러 제재를 대놓고 위반하면, 서방이 중국 기업들까지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 미국 첨단기술을 사용하는 국가들이 러시아에 반도체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제재안에 포함시켰는데, 중국 반도체 회사들도 대부분 미국산 장비ㆍ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반도체가 쓰이는 중국산 첨단기술 제품의 러시아 수출 물량도 크게 줄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3월 중국 노트북 수출은 전달보다 30% 감소했고, 스마트폰은 66%, 통신 네트워크 장비는 무려 98% 급감했다. 세계 최대 상업용 드론 제조업체인 중국 DJI는 아예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했다.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를 막대하게 사들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돈줄이 마르지 않게 도왔지만, 또 다른 공급망에서는 서서히 손을 떼고 있었던 셈이다.

대러 수출 감소는 러시아 경제에 즉각적으로 타격을 입혔다. 일례로 러시아 자동차회사 아브토즈의 경우 지난달 내수 차량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84% 폭락했다. 다른 자동차회사 가즈도 판매량이 57% 줄었다. 업체들이 해외에서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사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WP는 “특히 중국이 러시아에 물자 수출을 계속 꺼릴 경우, 중국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경제는 휘청거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수입국으로, 지난해 러시아 전체 수입 물량의 25%를 공급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730억 달러(약 93조8,000억 원)에 달한다. 올렉 잇스코기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경제학 교수는 “러시아는 지금까지 경제 붕괴를 겪지 않았지만, 국제 공급망 문제가 누적되고 재정 상태가 악화함에 따라 향후 심각한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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