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택자 18억 집 종부세 절반 줄어든다, 1주택은 3억 특별공제

입력
2022.06.16 14:00
수정
2022.06.16 19: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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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첫 경제정책 방향]
1주택자 보유세 낮추고 다주택자 종부세 인하
정부 "정상화" 자평에 "부자 감세" 지적도

14일 오전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뉴시스

14일 오전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뉴시스

정부가 1주택자의 주택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한다.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에겐 종부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을 1주택자와 똑같이 높여줘 세 부담을 확 줄여주기로 했다.

정부는 그간 징벌적 과세란 평가가 나올 만큼 급격히 오른 세금을 조세 원리에 맞게 '정상화'했다고 자평했지만, 최근 몇 년간 집값 인상 효과를 톡톡히 누린 다주택자들에게 '부자 감세'를 해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보유세 할인율 높이고 '특별공제 3억 카드' 꺼냈다

13일 오후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바라본 노원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13일 오후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바라본 노원구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정부는 16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세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기 이전 수준인 2020년으로 되돌린다. 이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방안은 두 가지다. 우선 종부세는 ①공정시장가액비율을 기존 100%에서 60%로 낮추고, ②올해만 한시로 1가구 1주택자에게 '특별공제 3억 원' 혜택을 주기로 한 것이다.

과세표준을 낮춰 주는 역할을 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비율이 낮을수록 세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가 시행령만 고치면 낮출 수 있는데, 정부는 이번에 최대 한도로 낮추기로 했다. '특별공제 3억 원'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애초 정부는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을 낮춰 주기 위해 아예 공시가를 2020년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 추진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클 걸로 예상되자 아예 방향을 틀어 ②번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정부는 이를 두고 '묘안'이라고 설명했다. 1주택자만 혜택을 보고, 한시 시행이라 국회서도 개정안이 무난히 통과될 걸로 보는 것이다. 다만 정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종부세 ①번 카드는 2주택 이상의 다주택자도 혜택을 받는다.

재산세는 1가구 주택자에 대해서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기존 60%에서 최대치(40%)에 가까운 45%로 낮춘다. 이외 기존에 발표한 대로 상속을 받아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 종부세를 계산할 때 상속주택을 빼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공시가 14억 집까진 종부세 '0'원

주택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얼마나 줄어드나

주택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얼마나 줄어드나

1주택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의 경우 ②번 카드 도입으로 과세기준 금액이 기존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확대돼 공시가 '14억 원' 집까진 종부세가 거의 부과되지 않는다. 예컨대 공시가 14억9,000만 원짜리 집을 보유한 1주택자는 올해 11월 10만 원 안팎의 종부세 고지서를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대로면 90만 원의 종부세를 내야 한다.

지난해 공시가 15억 원이었던 아파트가 올해 18억5,000만 원으로 뛴 경우 현행대로면 종부세(1주택자 기준) 257만 원을 내야 하지만, 정부 조치로 종부세 부담이 69만 원 안팎으로 내려간다. 이는 2년 전 공시가격이 13억 원일 때 부과됐던 종부세(59만 원)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1주택자 종부세 얼마나 줄어드나. 자료=기획재정부

1주택자 종부세 얼마나 줄어드나. 자료=기획재정부

모든 1주택자의 재산세도 줄어든다. 공시가 5억5,000만 원 집을 보유한 1주택자는 현행 기준대로라면 올해 87만 원의 재산세를 내야 하지만, 세 부담 완화 조치를 적용하면 72만5,000원으로 줄어 2020년(공시가 4억·86만 원)보다 13만5,000원이 더 낮아진다.

1주택자 재산세 얼마나 줄어드나. 자료=기획재정부

1주택자 재산세 얼마나 줄어드나. 자료=기획재정부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팀장은 "각 단지별로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정부가 추산한 대로 2020년 수준에 근접하게 보유세가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가 우 팀장에게 의뢰해 종부세 부담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시뮬레이션해 봤다. 올해 공시가격 13억8,000만 원(실거래가 19억 원)인 마포래미안 푸르지오(전용면적 84.59㎡)의 경우 정부 조치로 올해 종부세는 한 푼도 안 내고, 재산세와 지방교육세로 339만 원만 내면 된다. 이는 지난해(437만 원)는 물론 2020년(343만 원)보다 세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다주택자도 종부세 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 가령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이상이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곳에 2채의 집(공시가 합 18억5,900만 원)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현행대로면 올해 2,543만 원의 종부세를 내야 하지만, 정부 세제 개편으로 세 부담이 1,236만 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다.


세제 정상화?…"부자 감세" 비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얼마나 줄어드나. 자료=기획재정부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종부세 얼마나 줄어드나. 자료=기획재정부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을 두고 '세제의 정상화'라고 평가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5%대 상승률을 보였지만 2021년 19.05%, 2022년 17.22%로 폭증했다. 여기에 기존 조세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올해 다주택자 중심으로 주택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그야말로 폭증하는 만큼 세 부담을 줄여주는 조치는 당연하다는 논리다. 지난해 다주택자에게 부과된 종부세는 1년 전보다 평균 3배 올랐다.

그럼에도 부동산 보유세는 공평 과세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부과하는 것인 만큼 정부가 고가 주택 한 채 보유자와 다주택자에게까지 종부세를 깎아준 건 조세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구나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특별공제 3억 원' 카드를 꺼낸 것도 좋지 못한 선례가 될 거란 지적이 나온다.

한 세무 전문가는 "세금을 더 걷겠다고 각종 규제를 신설한 지난 정부 조치도 잘못됐지만 반대로 불가피한 사유를 들어 각종 행정력을 동원해 세금을 깎아 주는 것도 조세 원칙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을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높이는 데도 7~8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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