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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미래마저 저당 잡은 전쟁… "후유증 100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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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상흔은 총성이 잦아든 뒤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8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경제ㆍ사회 발전 근간인 인프라와 일터가 파괴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당장 평화가 찾아온다고 해도 ‘먹고사는 문제’ 앞에 놓이게 됐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잔혹한 살상무기도 영토 곳곳에 묻힌 탓에 후유증이 한 세기 넘게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왔다. 국민들의 삶을 폐허로 만든 전쟁이 국가의 미래마저 저당 잡은 셈이다.
11일(현지시간) 올렉시 나토치 우크라이나 국토방위군 사령관은 온라인 브리핑에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현재까지 국토방위군 56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이 비정규 준(準)군사 조직인 국토방위군의 희생자 수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우크라이나 당국은 지난달 정규군 3,000여 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가 예상 밖 선전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전선에서는 안타까운 희생이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쟁은 살아남은 사람들에게도 커다란 고통을 안긴다. 현재진행형인 전쟁의 끝을 언급하기는 시기상조이지만, 행여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우크라이나인들은 또 다른 생존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주요 도시가 황폐화하면서 노동 현장도 사라진 탓이다.
이날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는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480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전체(약 1,600만 개)의 30% 수준이다. 노동자 세 명 중 한 명은 돌아갈 일터를 잃었다는 의미다. ILO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1,000억 달러(약 129조 원)에 달하는 다리와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건물과 학교, 병원 등이 파괴됐고, 전역의 사업체 절반(50%)도 문을 닫았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더 악화한다. 보고서는 양측의 군사적 긴장 상태가 이어진다면 3개월 내에 우크라이나에서 사라지는 일자리가 700만 개(43%)로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생계 타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앞서 유엔개발계획(UNDP)은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인의 90%가 향후 12개월 내에 빈곤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보다 직접적인 위협도 여전하다. 포성이 오가는 전쟁이 끝나도 ‘지뢰와의 전쟁’은 계속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크라이나는 도시에 흩어진 불발탄으로 인해 100년간 러시아 침공 여파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우크라이나가 수복한 북부 전선에는 ‘지뢰 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러시아군이 철수하면서 도로와 주택가에 지뢰와 각종 폭발물을 남겨둔 탓이다. 철군 이후까지 인명 살상을 노린 악랄한 만행이다. 수도 키이우 등 북부 도시에서 불발탄 수거 작업이 한창이긴 하지만, 언제 어디서 목숨을 위협할지 모르는 탓에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
숄츠 총리가 미래에 대한 걱정을 꺼내든 것은, 독일 역시 과거의 아픈 역사가 현재까지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 남긴 불발탄이 지금까지도 해마다 수백 개씩 발견된다. 통상 발견 즉시 해체 작업이 진행되지만, 건물 공사 과정에서 실수로 불발탄을 건드리면서 폭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지난해 12월에는 독일 뮌헨 중앙역 인근 철도 공사장에서 1940년대 떨어진 250㎏ 규모 불발탄이 폭발해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숄츠 총리는 “세계대전이 끝난 지 77년이 지났지만 독일에서는 여전히 당시 떨어진 폭탄이 발견된다”며 “우리는 전쟁이 장기적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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