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시장 "러군 공격으로 숨진 민간인 1만명 이상"

"전체 사망자는 2만명 이상으로 추산"
러시아군 민간인 학살 은폐 의혹 제기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10일 한 남성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폐허로 변한 시가지의 길가에 앉아 있다. 이날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친(親) 러시아 성향의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군대가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항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에 포위된 채 집중 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민간인 사망자가 1만 명을 넘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을 포함한 전체 사망자 수는 2만 명을 넘을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이첸코 시장은 시신이 길거리에 '카펫처럼 널려 있다'고 묘사하며 러시아군이 민간인 참상을 은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저장시설과 냉동고가 있는 마리우폴 내 대형 쇼핑몰로 시신들을 옮기고, 이를 이동식 화장 장비로 소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이첸코 시장은 "트럭 형태의 이동식 화장 장비를 열어보면 파이프가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 시체를 소각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이 민간인 학살을 숨기기 위해 인도주의적 호송대가 도시에 진입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마리우폴은 우크라이나 동부 친(親)러시아 반군 점령지인 돈바스와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앞서 러시아군이 한 달 이상 마리우폴을 집중 공격해 도시의 90%가량이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이첸코 시장에 따르면 마리우폴에는 여전히 12만 명의 주민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울러 보이첸코 시장은 러시아가 사상을 검증하는 '여과 캠프'를 통과한 주민들만 마리우폴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캠프에서 조사를 통과하지 못한 피란민은 임시 감옥에 수용되고 있으며, 친러 반군이 점령하는 지역이나 러시아 본토로 강제 이주당한 주민도 최소 3만 3,000여 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