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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였던 푸틴의 딸들...우크라이나 침공이 세상 밖으로 불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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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가족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2015년 한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은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짧게 딸들을 소개했다. "내 딸들은 러시아에서 성장했고 러시아에서 공부했다. 3개 국어를 할 줄 안다. 그들이 자랑스럽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운명에 권리가 있고 내 딸들은 독립된 삶을 살고 있다."
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추가 제재를 결정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성인이 된 두 친딸을 대상에 포함시켰다. 장녀 마리아 보론초바(37)와 차녀 카테리나 티호노바(36)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푸틴 대통령의 자산 중 많은 부분이 가족에게 숨겨져 있다고 믿기 때문에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 두 딸의 신원은 미국 정부의 제재 발표 이전에도 러시아 국내외 언론에서 여러 차례 다뤘기 때문에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 정부는 푸틴 일가족에 대해 공식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보안을 지키기 위해 성도 부친 것을 따르지 않았고, 자주 만나지도 않는다. 각각 정부 산하 연구소와 국립대학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1983년 류드밀라 시크레브네바와 결혼해 두 딸을 낳았다. 장녀 마리아는 1985년에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차녀 카테리나는 1986년 동독 드레스덴에서 태어났다. 소비에트 연방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일하던 푸틴이 부인과 함께 1985~1990년 독일에 살았기 때문에, 둘은 가장 어린 시절을 독일에서 보냈다. 푸틴과 류드밀라는 2013년에 이혼했다.
장녀 마리아 보론초바(마리야 푸티나, 보론초바는 친조모의 성)는 상트페테르부르크대에서 생물학을, 모스크바대에서는 의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소아 내분비학자이자 러시아 보건부 산하 내분비학연구센터의 연구원으로 등록돼 있다. 이 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는 러시아 청년내분비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러시아어와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를 구사한다.
보론초바는 2019년 러시아 방송 채널 '닥터'에 출연해 어린이 비만과 당뇨병 등을 설명했는데 이 출연분은 유튜브에 남아 있다. 이외에도 여러 차례 방송에 출연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은 알리지 않고 있다.
보론초바는 의료 사업에도 관심을 두었다. 의료 서비스 분야 전문 러시아 투자회사인 노멘코의 공동 소유주다. 러시아 출신 탐사보도 기자인 세르게이 카네프는 "보론초바가 최근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유럽과 중동의 부유층을 유치하기 위한 초현대식 의료 센터 건설 프로젝트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對) 러시아 제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사업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보론초바는 2010년쯤부터 네덜란드 사업가 요릿 파선과 연인 관계였다. 파선은 러시아 최대 에너지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의 금융 계열사 가스프롬방크에서 일한 적이 있다. 둘은 최소 2014년까지 네덜란드 보르스호턴에 있는 호화 펜트하우스에서 함께 살았다. 같은 해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쟁이 발발하고 말레이시아항공 17편 격추 사건이 발생하자 주변 주민들이 그의 추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둘은 2015년부터는 모스크바에서 함께 살았고, 사이에는 딸도 있다. 반정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 출신 언론인 로만 도브로호토프는 "최근 두 사람이 결별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차녀 카테리나 티호노바(예카테리나 푸티나, 티호노바는 외조모의 성)는 보론초바에 비하면 공개 행보가 많다. 댄스 스포츠의 하나인 아크로바틱 로큰롤 스포츠 선수로 활동했고, 파트너 이반 클리모프와 2013년 국제 대회에 출전해 5위에 오른 적도 있다. 하지만 현재 그의 주 직업은 댄스 스포츠와 상당히 동떨어진, 첨단 기술 전문가다.
티호노바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동양학, 그 가운데서도 일본학 공부를 시작했지만 모스크바대에서는 전공을 바꿔 수학과 물리학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티호노바는 수학 교과서의 한 장을 집필했고 과학 논문을 최소 6편 공동 저술했는데, 대부분 대학 총장인 빅토르 사도브니치가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모스크바대 측은 "티호노바가 과학 세미나와 콘퍼런스에서 여러 차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유능한 연구원"이라고 밝혔다.
2015년부터 티호노바는 모스크바대 산하 혁신 과학 연구센터 겸 창업 인큐베이터인 '이노프락티카(Innopraktika)'의 국장을 맡았다. 국영 기술 대기업 로스텍의 세르게이 체메조프 회장, 가스 수송관 회사 트란스네프트의 니콜라이 토카레프 회장 등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이 이노프락티카의 고문으로 참여했다.
티호노바는 지난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 경제포럼에 연설자로 참여했는데 이 때는 모스크바대 복잡계 수학연구소 부국장 직함으로 나섰다. 티호노바 역시 푸틴 대통령의 딸이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티호노바는 한국인과 연인 관계라는 설이 국내 언론을 통해 꾸준히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2013년 젊은 기업가인 키릴 샤말로프와 결혼했다. 그의 부친 니콜라이 샤말로프는 푸틴 대통령의 친구이자, 러시아 엘리트 집단의 사금고로 통하는 '뱅크로시야'의 주요 주주다. 키릴 자신도 결혼을 계기로 러시아 에너지회사 시부르의 부사장이자 주요 주주로 올라섰고 2015년 미국 경제 전문 잡지 '포브스'에서 그를 러시아의 젊은 억만장자 중 한 명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당시 탐사보도를 통해 샤말로프와 티호노바 부부가 약 2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하게 됐으며, 이를 위시한 푸틴 측근 그룹 2세대들이 러시아의 '신흥 귀족'으로 떠올랐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2018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혼했고 샤말로프는 부사장직에서 좌천되고 가지고 있던 지분을 대두분 잃었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손자녀도 최소 2명 있다. 2명이 두 딸 중 정확히 누구의 자녀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국영 타스통신과 가진 2017년 인터뷰에서 그는 "최근 두 번째 손자녀가 태어났다. 나는 그들이 귀족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나이와 이름을 밝히면 즉시 신원이 확인될 것이고 엄청난 관심은 성장에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올리버 스톤 감독이 직접 푸틴 대통령을 인터뷰해 제작한 '푸틴 인터뷰'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나는 할아버지다"라면서 "거의 만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혼외 자녀설도 있다. 2020년 러시아 탐사보도매체 프로엑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백만장자 스베틀라나 크리보노기흐와 수년간 관계했고 2003년 둘 사이에 엘리자베타(일명 루이사 로소바)가 태어났다. 크리보노기흐의 이름은 2021년 10월 국제탐사보도언론협회(ICIJ)에서 공개한 '판도라 페이퍼'에 그의 모나코 고급 주택 등 역외자산이 포함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리듬체조 선수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알리나 카바예바는 오랫동안 푸틴 대통령과 내연 관계라는 추정을 받고 있다. 카바예바는 러시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소속 국회의원을 거쳐 현재 친정부 매체 기업인 내셔널미디어그룹의 이사로 있다.
미국의 연예 가십지인 페이지식스 등에 따르면 카바예바는 2015년 쌍둥이 딸을 낳았고 2019년에는 두 아들을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가족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정보는 아무것도 없다. 카바예바의 자녀들은 스위스 태생이라 스위스 국적자인데, 현재는 카바예바와 함께 스위스에 머무른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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