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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목표 달성했다"는 러시아… 출구 전략? 연막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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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수뇌부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완전 해방에 주력하겠다”고 밝히면서 러시아의 출구전략인지 아니면 연막작전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거센 항전으로 고전하는 러시아군이 발을 뺄 명분 마련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선에서는 여전히 피비린내가 이어지는 만큼, 국제사회의 눈을 속인 뒤 발톱을 드러내려는 고도의 심리전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전날 세르게이 루드스코이 러시아군 총참모부 제1부참모장은 브리핑에서 “군사작전 첫 번째 목표는 거의 달성됐다”며 “앞으로 동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돈바스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 대한 공격은 줄어들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러시아의 ‘전략 수정’ 공개에 서방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면 자국의 승리를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발언을 뜯어보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를 손아귀에 넣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처음 인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당장 침공 한 달이 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러시아의 퇴로 마련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이 나왔다. 어느 정도 지분을 확보한 동부 지역만이라도 확실하게 손에 넣고 발을 빼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미 싱크탱크 렉싱턴연구소의 로런 톰슨 국방분석가는 “러시아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전쟁을 축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고도의 ‘눈속임’이라는 분석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서방을 교란시키며 전열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미다. 스티븐 비들 컬럼비아대 교수는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에 중심을 두고 병력을 재편성한 뒤, 이곳을 추후 공격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전선에서도 러시아군 전략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동부 지역 해방 주력’ 발언이 나온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러시아군은 폴란드 국경에서 60㎞ 떨어진 서부 르비우에 고정밀 순항미사일 두 발을 포함해 네 발의 미사일을 쐈다. 이 폭격으로 최소 다섯 명이 부상하고 연료 저장창고 등 주요 시설이 파괴됐다.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르비우 시(市) 경계 안쪽이 공습 표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날 폭격은 유럽 순방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를 방문한 와중에 이뤄졌다. 서방 ‘보란 듯’ 도발을 감행했다는 얘기다.
동부 하르키우에서는 핵 연구시설이 공격 표적이 됐다. 다행히 방사능 유출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해당 연구소에 실험용 원자로가 설치돼 있는 까닭에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는 하르키우와 체르니히우, 마리우폴을 포함해 여러 도시들을 계속해서 포위하면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며 “공격을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역시 종전 가능성에 회의적이다. 이들은 러시아군의 발표를 ‘믿을 수 없는 거짓말’로 일축했다. 마르키안 루브키우스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비서관은 영국 BBC방송에 “우리는 러시아의 목표가 여전히 우크라이나 전역 점령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보유한 항공기와 탱크 1%만 지원해 달라고 호소했다. 전쟁 장기화를 예상하고 국제 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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