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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규탄 외면하는 인도의 ‘독자 행보’...이젠 양해 얻는 분위기

입력
2022.03.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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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스콧 모리슨(왼쪽) 호주 총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브리즈번=EPA 연합뉴스

지난 21일 스콧 모리슨(왼쪽) 호주 총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브리즈번=EPA 연합뉴스

미국이 주도하는 4개국 안보협의체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회원국 가운데 인도만 유일하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지 않는 ‘독자 행보’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과 호주의 설득에도 요지부동이다. 급기야 인도의 입장을 이해하며 ‘쿼드 내 불협화음’으로 비치지 않도록 봉합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왔다.

22일 데일리스타 등 현지 매체와 외신을 종합하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전날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화상 정상회담에서 "쿼드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적극 동참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했다. 앞서 모디 총리는 지난 19일 인도 뉴델리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지난 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재로 열린 쿼드 4개국 정상 화상회담에서도 같은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발표된 쿼드 동맹국과의 모든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피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분쟁'이라 표현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인도가 러시아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는 것은 수십 년간 이어온 군사적 특수관계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6~2020년 인도 무기 수입의 49%를 차지하는 등 인도 국방에서 가장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양측의 관계가 틀어질 경우 러시아산 무기로 중국과 파키스탄을 견제하는 인도로선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인도는 동맹국들의 압박에도 오히려 대러 교역을 늘리는 상황이다. 앞서 18일 인도 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늘려 인도의 에너지 공급망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는 석유 수입량의 85%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도 "인도 수출 원유 가격을 기준가에 20% 할인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러시아는 인도에 판매된 자국 무기의 업그레이드를 포함, 방위산업 시스템 이전 논의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급기야 인도의 절박한 사정을 이해하는 분위기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하르시 바르단 슈링라 인도 외교부 차관은 호주와의 양국 정상회담 후 언론 브리핑에서 "모리슨 총리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이슈와 관련한 인도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럽 내 충돌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쿼드의 주의를 흐트러뜨려선 안 된다는 점에도 두 정상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중국 견제라는 쿼드의 취지를 재확인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라지브 바티아 전 인도 외교관은 "일본과 호주 역시 중국과 분쟁이 심해 내달 열리는 쿼드 회의에서도 인도의 대러시아 외교 정책은 어느 정도 양해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며 "'쿼드를 통해 중국을 포위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아직 우선이라, 인도 때문에 쿼드가 완전히 분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일본 정상회담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스타 캡처

지난 1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인도-일본 정상회담에 참석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스타 캡처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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