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폭발한 바이든 "푸틴은 전범"

백악관 "바이든 발언은 진심" 확언
러시아 "용납할 수 없는 발언" 발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규정했다.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후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대상으로 이러한 용어를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군사 행동 중단을 명령하는 임시 결정을 내린 것과 맞물려 러시아의 행위가 ‘전쟁범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날선 공방이 뒤이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을 거론하며 “그는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서방의 일부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을 향해 전범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곤 했지만 백악관은 그간 전범이라는 단어가 검토를 필요로 하는 법률적 용어라면서 푸틴 대통령의 행위를 전쟁범죄로 규정하는 데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여 왔다. AP통신은 미 당국자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내놓은 가장 강력한 규탄이라고 평가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전범) 발언은 자명하다”며 “그가 TV를 통해 본 것을 토대로 이야기하는 진심”이라고 말했다. 또 독재자의 야만적이고 끔찍한 행위가 민간인의 생명을 위협해 앗아가고 임신한 여성과 언론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그(바이든 대통령)는 (기자의) 직접적인 질문에 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키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국무부에서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즉각 반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 발언을 두고 “용납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수사(修辭)”라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그들의 폭탄에 전 세계 수십만 명이 숨졌다”라며 미국을 역으로 공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3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미수 사건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killer)’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했고, 당시 푸틴 대통령은 “당신이 남을 부르는 말은 바로 당신 자신”이라고 반격한 바 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