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방부 “러시아 방향 인도주의 통로 매일 오전10시 개방”

젤렌스키, "다른 방향 통행 방해 우크라인에 굴욕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외곽 이르핀에서 9일 피란 차량 행렬이 폭파된 러시아군 탱크 옆을 지나고 있다. 이르핀=AP 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의 인도주의 통로를 매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자국 방향이 아닌 인도주의 통로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0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총참모부(합참) 산하 지휘센터인 '국가국방관리센터' 지휘관 미하일 미진체프는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 방향의 인도주의 통로가 (우크라이나 측과) 아무런 조율 없이도 (러시아 측의) 일방적 조치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방향의 인도주의 통로는 우크라이나와의 조율을 통해 개설한다는 게 러시아의 입장이다. 미진체프는 "우리는 러시아군 통제 지역에서 (대피 주민들의) 철저한 안전을 보장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진체프는 이어 우크라이나 측이 제안한 3개의 추가적 인도주의 통로 개설에도 러시아가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북부) 수미주의 트로스챠네츠시와 크라스노필리아 마을에서 폴타바로 이어지는 2개 통로와 (북부) 지토미르주 코로스텐시에서 체르노빌 원전으로 연결되는 통로"라면서 "체르노빌 방향 통로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손상된 (원전) 송전선 수리팀의 이동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진체프는 러시아가 9일 제안한 14개 인도주의 통로 가운데 우크라이나 측은 4개에만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 측은 어제(9일) 전적으로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10일 오전 10시(모스크바 시간)부터 14개의 인도주의 통로를 열고 키이우, 체르니히우, 수미, 하르키우, 마리우폴 등의 도시에서 민간인과 외국인들을 대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공식 답변에서 4개의 통로에만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자국민들을 위한 인도주의 통로를 다시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버스들은 이미 출발했으며 화물 차량은 식량, 물, 의약품 등을 운송하고 있다"며 항구도시 마리우폴, 포위된 동부 도시 볼노바하, 북동부 도시 이지움과 수미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가 자국 방향의 인도주의 통로 외에 다른 곳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굴욕감을 줘 점령지역이나 러시아로 가야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그것이 그들이 마리우폴, 볼노바하, 그리고 다른 도시들을 막고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