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단골손님 '단일화' 또 왔네…손사래 칠수록 몸값은 뜁니다

입력
2021.11.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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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정당이 정치 독점하는 '51: 49' 박빙 대선
제3지대 후보들 향한 '단일화 구애' 재연될 듯
심상정·안철수 "내가 정권교체" 일단은 손사래
진영 대결 치열...'단일화 드라마'는 이제부터

심상정(왼쪽)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오대근 기자

심상정(왼쪽) 정의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오대근 기자

"최소한 3자 박빙 대결로 끝까지 가게 될 거다."(심상정 정의당 후보)

"당선을 목표로 나왔다. 제가 정권교체하겠다."(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각 당의 후보 선출로 대선 대진표가 속속 채워지는 가운데 대선 단골손님 '단일화'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51대 49'. 양대 정당이 독점하는 한국 정치 구조가 깨지지 않는 한 대선은 1, 2%로 갈리는 박빙의 싸움. 이번 대선 역시 보수와 진보 진영의 양보 없는 세 대결로, 제3지대 후보들을 향한 단일화 구애 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은 러브콜을 보내야 할 사람이나, 받아야 할 사람이나 시큰둥한 반응. 심상정 정의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공히 "단일화는 없다"고 일찌감치 선을 긋고 나섰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단일화는 상수가 아니다"며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양측 공히 단일화의 실익을 두고 정치 계산기를 두드려 보는 단계라는 분석. 서로를 유리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 오기 위한 몸값 높이기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내년 대선을 향한 단일화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인지 모른다.



이재명과 심상정 단일화? 한쪽은 '결별 선언', 한쪽은 "가능성 모색"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1일 주4일제 정책 공약행보 첫 번째 일정으로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내 전국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사무실을 방문해 노조원들과 주4일제 근무와 관련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스1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1일 주4일제 정책 공약행보 첫 번째 일정으로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내 전국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사무실을 방문해 노조원들과 주4일제 근무와 관련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스1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공식 지지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하며 '단일화'를 시도한 경험이 있다. 당시엔 진보 진영의 정권교체를 위한 '결단'이었다. 하지만 정의당은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사무총장은 3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대해 "명분도, 정당성도 상실하는 선택"이라며 "안 할 것이고,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딱 잘랐다. 무엇보다 2012년 대선과 2022년 대선은 기본적 권력 지형부터 다르다면서 말이다.

"그때는 단일화를 했던 전제가 있었죠. 보수정당이 집권당이었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역주행을 견제하기 위해 협력해야 된다는 당위가 있었죠. 그렇지만 금은 민주당이 집권당이고 민주당 버전의 역주행이 심각한 상황 아닌가요. 정의당이 진영 논리에 기초해 압박에 밀려 단일화를 한다면 독자적으로 정당을 할 이유가 없는 거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면서 정의당과 민주당은 역사적 뿌리부터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 전 사무총장은 "민주당은 '3김 정치'에서 시작됐지만, 정의당은 87년 민주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이후 등장했다"며 "진영 논리로 단일화를 선택한다면 정의당은 독자정당을 해야 될 명분과 정당성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없다"고 못 박았다.

심상정 후보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며 "가짜 진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 이상 진보 개혁 진영으로 같이 묶일 수 없다는 '결별 선언'인 셈이다.

그러나 국민의힘과의 접전이 예상되는 대선에서, 민주당은 정의당을 향한 구애를 멈출 수 없다. 송영길 대표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심상정 후보든, 김동연 후보든, 안철수 후보든 정책적 공약과 내용의 지향성을 찾아나가는 방법은 찾아야 할 것이다. 한번 모색해 보겠다"고 가능성을 열어 놨다.



합치려다 무산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신경전 더 치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일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로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가 운영하던 서울 마포구 호프집을 추모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일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로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가 운영하던 서울 마포구 호프집을 추모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번 합치기로 했다 무산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서먹함을 넘어 험악한 분위기다. 갈등의 최전선에는 이준석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있다. 총대를 메고 합당을 추진했지만, 기싸움만 벌이다 끝내 무산된 전력이 있는 터라 두 사람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진 모습이다.

양측 공히 단일화에는 뜸을 들이는 상황.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힘 경선 과정을 보면서 어떤 분이 총리나 장관으로 적합한 분인지 잘 관찰하겠다"고 받아 넘겼고, 이준석 대표 역시 "최종적으로 함께 할 수 있다고 보지만 상수로 놓을 필요는 없다"며 한발 빼고 나섰다.

급기야 서로를 향한 감정 섞인 공격까지 오갔다. 안 대표가 먼저 이 대표를 향해 "정치평론가 같다"고 비꼬자, 이 대표가 "안 대표는 패널도 못 한다. 패널은 아무나 하는 줄 아나"며 "'너는 패널이고 나는 정치인'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신분 의식이고 자의식 과잉이다. 적당히 하라"고 쏘아붙이면서다.

민주당과 일전을 치러야 할 국민의힘은 속이 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며 자세를 낮추는 상황.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임명장 수여식 및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은 문재인 정부 집권 연장을 요구하는 진영과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진영 간 큰 대결 구도다. 2012년 대선 때처럼 양쪽이 흡인력이 강하기 때문에 부동층이 거의 없는 대선"이라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지지율이 3%만 나오더라도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 그래서 안 대표와 단일화 문제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일부에서 언급되는 안 대표의 종로 출마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안 대표는 모욕감을 느낄 것이고, 정권 교체 대의에 동참하려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가도 모욕감 때문에 거둬들이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도) 찍어 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표가 필요하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왜 나왔냐, 안 나온다고 하지 않았냐,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안철수 끌어안기'에 주력했다.

반면 민주당은 안 대표가 출마를 공식화하자 의미를 평가 절하했다. 우상호 의원은 1일 T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번 서울시장 선거 때 대선에 나오지 않고 국민의힘과 통합하겠다고 하더니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또 딴살림을 차렸다"면서 "출마가 직업이신 분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경험해 본 저희로서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면서 "(야권이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과정이 아름다운 과정이 될지 지저분한 과정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민주당으로서는 내심 안 대표가 단일화없이 완주해주면 나쁠 것 없다는 계산이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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