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있는데 마스크 잠깐 벗었다가... 美교사, 학급 절반 감염시켜

입력
2021.08.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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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캘리포니아 초등학교 5월 집단발병' 보도
"알레르기라 생각... '읽기시간' 때만 잠깐 벗어"
감염자 모두 회복... "델타변이, 작은 실수도 침투"

지난달 10일 가을학기 개학을 한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로레토 초등학교에서 등교 중인 학생들의 체온을 학교 관계자들이 재고 있다. 잭슨빌=AP 연합뉴스

지난달 10일 가을학기 개학을 한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의 로레토 초등학교에서 등교 중인 학생들의 체온을 학교 관계자들이 재고 있다. 잭슨빌=AP 연합뉴스

“교사의 잘못은 아니었다. 문제는 델타 변이가 어떤 종류의 실수도 파고들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머린카운티의 전염병 의사 트레이시 램-하인은 지난 5월 말 이 지역 초등학교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 사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평소 아무리 방역 수칙을 잘 지킨다 해도 ‘잠깐의 실수’ 한번이 코로나19 확산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다.

2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전한 당시 코로나19 집단발병 경위는 이렇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지역 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5월 19일 피로와 코막힘 증세를 느꼈다. 단순한 알레르기라고 여겼고, 평소처럼 마스크를 쓰고 출근해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다 ‘읽기 시간’에 좀 더 큰 목소리로 학생들한테 책을 읽어주고자 ‘아주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

그런데 이틀 뒤, 교사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때는 늦었다. 이미 학급 학생 24명 중 절반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만 것이다. 거의 대부분은 교사 책상과 가까운 앞쪽 두 줄에 앉은 학생들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른 반 학생은 물론, 이들의 형제ㆍ자매ㆍ부모한테도 전파됐다. 확진자 중에는 백신을 맞은 이들도 포함돼 있었는데,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델타 변이 감염자도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다행스럽게도 이런 경로로 감염된 사람들 가운데 중증 환자는 한 명도 없었고, 모두 회복됐다고 WP는 설명했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에 따라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잘 지켰던 것은 물론, 모든 교실에 공기정화기도 설치하는 등 방역을 소홀히 하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이 사건에 대해 “아직 백신을 맞지 못하는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게 얼마나 쉽게 일어나는지 일깨워 준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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