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 논란에 놀란 SBS... '홍천기' 배경 가상국가로

입력
2021.08.26 16:02
수정
2021.08.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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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유 감독 26일 제작발표회서 밝혀
역사왜곡 논란 '조선구마사'는 권고 처분

30일 첫 방송될 드라마 '홍천기'는 동명 원작 속 조선 배경을 가상 국가로 바꿨다. SBS 제공

30일 첫 방송될 드라마 '홍천기'는 동명 원작 속 조선 배경을 가상 국가로 바꿨다. SBS 제공

SBS가 새 드라마 '홍천기'의 시대 배경을 조선에서 가상 국가로 바꾼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조선구마사'가 한국 드라마 사상 처음으로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편성이 취소된 여파로 보인다.

장태유 감독은 2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홍천기' 제작발표회에서 "(역사 왜곡 논란으로) 고민이 많았다"며 "원작과 달리 조선에서 가상 국가인 단왕조로 설정해 판타지 세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극에 나오는 역사 속 실존 인물과 지명 역시 모두 가상 명칭으로 바꿨다. 장 감독은 "역사 왜곡을 방지하려고 애썼다"고 했다.

30일 첫 방송을 앞둔 '홍천기'는 신령한 힘을 가진 여화공 홍천기(김유정)와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붉은 눈의 남자 하람(안효섭 분)의 로맨스를 그린다. '성균관 스캔들'과 '해를 품은 달' 원작자로 유명한 정은궐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각색했다.

방송 2회 만에 편성 취소된 드라마 '조선구마사' 한 장면. SBS 방송 캡처

방송 2회 만에 편성 취소된 드라마 '조선구마사' 한 장면. SBS 방송 캡처

'조선구마사'는 3월 1~2회에서 ①태종(감우성)이 아버지인 태조의 환영을 보고 백성을 무참히 학살하고 ②조선의 왕족인 충녕대군(장동윤)이 기생집에서 서역에서 온 구마사제(달시 파켓)에게 월병과 피단(삭힌 오리알) 등 중국식 음식을 대접하는 장면으로 논란을 빚었다. 내용상 역사 속 실존 인물을 굳이 가져와야 할 당위성이 없는데, 판타지를 빌미로 무리하게 연출을 해 조선의 정통성을 부정한 꼴로 비쳤기 때문이다. 시청자 항의는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우리 고대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시키려는 계략)'으로 국내 반중 정서가 커진 상황이라 더 커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9일 연 회의에서 '조선구마사' 제작진에 행정지도인 '권고' 조치를 내렸다. 방송심의 규정상 제20조(명예훼손 금지) 제1항 '방송은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와 제25조(윤리성) 제3항 '방송은 민족의 존엄성과 긍지를 손상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등의 조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권고는 방송사에 법적 불이익이 주어지지 않는다. 드라마가 폐지된 것을 고려하면 경미한 행정 처분이란 의견도 나온다.

'조선구마사' 폐지로 역사를 다루는 방식에 대한 창작자와 제작진의 고민은 깊어졌다.

한국PD연합회와 한국방송작가협회가 최근 연 '역사적 진실과 콘텐츠의 상상력'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주창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역사극 소비에 대중 정서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줬으며 역사 드라마 제작에서 주의를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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